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인터넷 신화'가 흔들리고 있다. 차세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 후보로 꼽히는 ‘인터넷 공룡’ 러에코가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인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주가가 4거래일 동안 2조원이 넘게 증발한 것.
중국 창업판(차스닥)에 상장된 러에코 주가는 지난 2일부터 4거래일에 걸쳐 무려 14.5%가 빠져 37.85위안으로 추락했다. 지난 해 9월 이래 최저치다. 같은 기간 시가총액도 128억 위안(약 2조1000억원)이 넘게 증발해 750억 위안에 머물고 있다고 신경보(新京報)가 8일 보도했다.
지난해 알리바바·텐센트·바이두·징둥에 이어 시총 1000억 위안 넘는 중국 인터넷기업으로 자리매김했던 러에코의 주가가 추풍낙엽처럼 주저앉은 것.
문어발식 사업 확장에 따른 자금난이 러에코의 발목을 붙잡은 것으로 보인다.
자웨팅(賈躍亭) 러에코 회장은 지난 6일 사내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사업 확장)속도가 너무 빨랐다”고 토로했다. 그는 “러에코의 전략과 실적은 빠르게 진척되는 한편 조직과 자금면에서는 매우 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당장 이날부터 연봉을 1위안(약 168원)만 받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지난 2004년 동영상스트리밍으로 시작한 러에코는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린다. 이후 스마트폰·스마트TV·전기차 등으로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장하며 인터넷 생태계 구축 전략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6월 중국 스마트폰 업체 쿨패드 지분을 추가 인수해 최대주주가 된데 이어 미국의 TV업체 비지오를 사들이고 미국 전기차업체 패러데이 퓨처에 투자하는 등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특히 자동차 사업에 거액을 쏟아부었다. 올해 중국 저장(浙江)성에 전기자동차 공장을 세우며 18억 달러를 지출했고, 패러데이 퓨처에도 투자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금까지 러에코가 자동차 사업에 투자한 자금은 150억~160억 위안(약 2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러에코는 팽창하는 자금 수요를 대기 위해 여기저기서 돈을 빌렸다. 윈드사 통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러에코는 증자, 채권발행, 은행대출 등 방식으로 145억4400만 위안(약 2조4000억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자금 조달을 위해 자웨팅(賈躍亭) 러에코 회장은 보유한 러에코 주식 대부분을 저당잡혔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9월말까지 자 회장이 저당잡힌 주식은 보유한 주식의 83.63%인 5억7100만주다. 자웨팅의 동생 자웨민도 보유한 지분의 95%인 4182만주가 저당 잡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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