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스타트 노사상생] “글로벌 불황 속 복잡해지는 노사 해법…기업가 정신 통해 합리적 관계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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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5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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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佛 르노·伊 피아트 대표적 모범사례…“한발씩 양보로 위기 극복”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아주경제 김봉철 기자 = 자본주의가 탄생하면서 고용주와 피고용자의 관계가 성립된 이래 노사문제는 가장 타협점을 찾기 어려운 난제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근래 들어 단순한 노동자 안에서도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나뉘는 등 노사관계는 점차 고차방정식의 성격을 띄게 됐다.

그동안 한국 경제는 고속 성장을 거듭하는 가운데 근로자들의 권익은 상대적으로 외면 받아 온 것이 사실이다. 한국의 노사관계가 극한적인 대립과 대화보다는 투쟁이 반복되는 이유다.

결국 노사 간의 문제는 큰 틀에서 금전적인 측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고 봤을 때 최근 전 세계적인 불황은 양측의 관계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통계청의 ‘10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조선을 비롯한 산업 구조조정 여파로 제조업 취업자가 7년 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

취업자 증가 폭은 2개월 연속 20만명대에 그쳤고, 전체 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2005년 이후 가장 높았다.

이 같은 ‘고용한파’는 노사관계를 해칠 수밖에 없다. 조선업 경기 둔화와 구조조정 등의 영향으로 제조업 취업자가 11만5000명이나 감소했다. 감소 폭은 2009년 9월(11만8000명) 이후 가장 컸다.

제조업 취업자 수는 지난 7월 49개월 만에 처음으로 줄어든 이후 4개월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실업률 지표도 악화됐다. 전체 실업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3%포인트 증가한 3.4%다. 실업률은 10월 기준으로 2005년(3.6%) 이후 가장 높았다.

정부 관계자는 “각 산업별 구조조정 영향 확대,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시행 등으로 향후 고용시장의 하방 리스크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수록 멀리 내다보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 금융, 대학 등 사회 각 기관들이 기업가 정신을 갖고 기업인과 노동자들을 뒷받침하는 ‘기업가형 생태계’ 구축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 교수는 기업가 정신의 주체인 기업인들의 의식 변화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과거 기업가 정신은 최고경영자(CEO) 기회를 찾아 과감히 도전하는 것을 뜻했지만 지금은 경영자 한두 명에게 의존하는 조직은 오래 살아남지 못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라면서 “기업 구성원 모두에게 스스로 동기 부여를 하는 시스템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상민 한양대 경영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안정성과 유연성, 고용과 임금은 상쇄 관계였지만 이제는 조화와 균형, 지속 가능성이 화두”라면서 “합리적인 노사 파트너십 구축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근로조건 유지를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은 사용자로부터 쟁취가 아니라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고 말했다.

올바른 노사관계 정립을 위해 해외 사례를 참조해 볼만도 하다. 강성 노조가 득세했던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부 유럽 국가들은 벼랑 끝의 경제 위기 속에서 변화의 동력을 얻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예가 프랑스의 르노와 이탈리아의 피아트다.

르노는 값싼 인건비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본국인 프랑스가 아닌 스페인에 생산공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2008년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인건비가 더욱 싼 터키와 루마니아가 부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 스페인 노조는 르노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적자를 감내하지 못한 르노가 감원카드를 꺼내자 파업으로 맞섰다.

스페인의 소도시 바야돌리드는 르노 공장의 파업으로 몸살을 앓았다. 상황이 더욱 악화되자, 르노의 스페인 법인 노사는 ‘임금 인상을 제한하되 고용은 보장 받는다’는 내용의 단체협약을 맺었다.

피아트도 비슷한 길을 걸었다. 1990년대 이탈리아 자동차 시장에서 절대 강자였던 피아트는 시간이 지날수록 수입차의 공세에 밀리기 시작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60%에 달하던 점유율은 반토막이 났고 회사는 어려움에 직면했다.

경영 위기에 빠진 피아트는 인력 감축을 포함한 구조개혁 방안을 제시했지만 번번이 노조의 반대에 부딪혔고 피아트는 이탈리아 대신 폴란드, 브라질 등으로 공장을 옮겼다. 피아트의 이탈리아 내 생산 비중은 1990년 90%에서 2010년 28%로 떨어졌다.

피아트의 노사는 2011년 노동 유연성을 강화하는 단체협약을 기점으로 경쟁력을 회복했다.

이후 피아트는 2012년부터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으며, 2012년 38만6000대였던 이탈리아 내 생산은 지난해 44만8000대로 늘어났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은 노동 경직성이 높은 국가로 평가 받고 있어 많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에 대한 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외국의 노사관계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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