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억원 대 '물뽕' 제조 마약 밀수출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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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6-11-11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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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관세청 "해외 사이트 개설하고 샴푸 등으로 위장해 우편으로 밀수출"

아주경제 김선국 기자 =일명 '물뽕'으로 불리는 마약원료를 샴푸, 화장품 등으로 위장해 해외 우편으로 밀수출한 일당이 검거됐다.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GHB(마약류 일종)를 제조할 수 있는 마약류 원료물질을 국제우편 등으로 밀수출(4년간 763회, 총 4764kg)한 J씨를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및 관세법위반으로 구속했다고 11일 밝혔다.

GHB(ɤ-Hydroxybutyric acid)는 향정의약품 마약류로 '물뽕'이라 통칭되며 '데이트 강간약' 또는 '파티마약'으로도 불린다. 원료물질인 감마부티롤락톤(GBL)과 1.4-부탄디올(BD)은 물뽕을 제조할 때 원료로 쓰인다. 

서울본부세관 관계자는 "GBL과 BD는 물뽕을 제조하는 원료물질이지만, 그 자체로도 물뽕과 동일한 효과가 있어 거래가 엄격히 제한되는 화학물질"이라며 "J씨가 밀수출한 양은 ‘물뽕’ 21t(5000억원 상당)을 제조할 수 있고, 이는 7백만 명이 동시 투약 가능한 분량"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본부세관은 관세청 국제 밀거래 자료와 뉴질랜드세관의 정보를 근거로 지난 6월 수사에 착수했고, 잠복수사 등을 통해 밀수출자가 J씨라는 것을 확인하고 사무실을 압수수색해 현품 일부와 밀수출 증거자료를 확보했다.

J씨는 대학에서 섬유고분자학을 전공하고 섬유회사 연구실에 근무한 경험을 바탕으로 미국에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개설해 실험실용 시약을 판매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2011년 9월경부터 GBL과 BD를 시내 화공약품점에서 구입(GBL 1kg당 1만2500원)해, 해외 구매자에게 1kg당 미화 120~140 달러에 판매했다. 배달은 국제우편물을 이용해 해외로 발송했다.

원료물질을 수출하려면 관련 부처로부터 수출입업자 허가와 수출할 때 마다 승인을 받아 세관장에게 수출 신고해야 하지만 J씨는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다. 더군다나 세관에 적발되지 않기 위해 수출품명을 GBL과 BD가 아닌 샴푸, 린스, 산업용세척제, 화장품, 섬유유연제 등으로 위장했다. 운송장과 상업송장 그리고 MSDS(화학물질에 대한 물질안전보건 보고서) 역시 허위로 작성했다.

또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우편물 발송인 성명, 주소 및 전화번호를 허위로 기재하고 대금결제도 자금추적이 어려운 해외 페이팔계정과 전자화폐로 거래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서울본부세관 관계자는 "그간 마약류 원료물질 밀수출 사건은 헤로인 제조용 무수초산 및 필로폰 제조용 과망간산칼륨을 국제 범죄조직이 대량으로 밀수출하다 검거된 사례가 대부분이었지만, 개인이 미국에 판매 사이트 및 대금결제 계정을 개설하고, GBL과 BD를 소량으로 나눠 해외 개인 구매자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판매한 것을 적발한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마약류 원료물질 밀수출과 관련하여 미국 마약단속청(DEA) 등 해외세관에 국제 공조수사를 요청한 바 있다"며 "마약류 원료물질에 대해 수입․생산부터 거래 단계마다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정보 분석을 강화하는 한편,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마약단속기관과 정보교류를 활성화해 마약물질의 불법거래를 사전에 차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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