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과 회담이 성공적이었다며 추가 회담 가능성이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지나친 태세 전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NHK가 18일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회담이 끝난 뒤 기자회견을 통해 "트럼프 당선인은 신뢰할 수 있는 지도자라는 것을 확신했다"며 "함께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천천히 가슴을 열고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며 "적당한 시기에 두 사람이 다시 만나 좀 더 깊게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자는 데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의 외교 안보 정책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했지만 트럼프 당선인이 아직 정식 취임하지 않았고 비공식 회의였던 만큼 대화 내용을 밝히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번 회담은 아베 총리가 직접 미국 뉴욕에 있는 트럼프 타워를 방문하면서 성사됐다. 통역 인원만 배석하는 비공식적인 형태로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됐다. 일본 총리가 외국 대통령 당선인과의 대화를 적극 추진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현지 언론은 "트럼프의 당선으로 일본의 안보 환경이 경직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개인적인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관계를 유지하겠다는 아베 총리의 전략으로 풀이된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아베 총리는 미국으로 떠나기에 앞서 "트럼프 당선인과의 이번 만남에서 개인적인 신뢰 관계 구축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과정에서 △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철회 △ 동맹국에 대한 미군 주둔경비 증액 요구 등을 주장해왔다. TPP는 일본 정부가 공들이고 있는 다자간 경제 협정 중 하나다. 일본 시장에서는 TPP가 현실화되지 않을 경우 일본 기업의 수출 확대 효과가 사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미국의 정권 교체에 앞서 아베 총리가 발빠르게 나서고 있지만 갑작스런 태세 전환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도 일부 나온다. 당초 아베 총리는 트럼프 후보의 공약을 부정적으로 판단해왔다. 미국 대선을 위한 1차 TV 토론에 앞서 유엔총회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와 만나 친화적인 면담으로 진행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대선이 끝난 뒤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오자 트럼프 당선인과의 단독 회담을 적극 추진하면서 '관계 만들기'로 노선을 바꿨다. 취임도 하지 않은 대통령 당선인과의 회담을 굳이 추진할 필요가 있었냐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당선인이 대선 승리 후 외국 정상들과 회담을 나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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