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여교사' 파격을 걷어내도 파격…'열등감'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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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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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 중 효주 역을 맡은 배우 김하늘[사진=영화 '여교사' 스틸컷]

아주경제 최송희 기자 = 효주(김하늘 분)는 계약직 교사다. 결혼과 임신마저도 제한되는 그는 위태로운 직장과 학생들의 괄시로 몹시 지쳐있다. 곧 돌아올 정규직 채용에 온 기대를 품어보지만 ‘금수저’ 혜영(유인영 분)의 등장으로 모든 것은 무산되고 만다.

천진난만한 혜영은 같은 과 선배인 효주와의 재회가 반갑기만 하고 효주는 천진난만한 혜영이 불편하기만 하다. 암묵적인 룰을 깨트리고 제멋대로 교내를 휘젓고 다니는 혜영이지만 이사장 딸인 그에게 모진 소리를 할 수 있는 이는 아무도 없다.

어느 날 효주는 눈여겨보던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 분)와 혜영의 비밀스러운 관계를 알게 된다. 처음으로 이길 수 있는 패를 쥐게 된 효주는 혜영을 압박한다. 어려운 가정형편의 재하를 성심성의껏 돌보며 혜영의 심기를 거스르려 하지만 순수하고 맑은 재하에게 도리어 빠지게 된다. 다 가진 혜영에게서 단 하나를 빼앗으려는 것이 왜 이리 힘든 걸까. 효주는 질투와 의심에 빠져 모두를 파멸로 이끈다.

영화 ‘여교사’(제작 (주)외유내강 ·공동제작 Film K·제공 배급 필라멘트픽쳐스)는 국내 최연소 칸영화제 입성,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거인’ 김태용 감독의 차기작이다. 절망을 먹고 거인처럼 자라난 영재(최우식 분)의 이야기를 섬세하고 치밀하게 그려낸 김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서 효주의 내면과 감정을 낱낱이 파헤친다.

영화는 남학생을 둘러싼 두 여교사의 치정극처럼 포장돼있지만 사실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정규직과 비정규직, 계급사회와 상대를 무너트리는 관계에 초점이 맞춰져있다. 효주를 둘러싼 가장 현실적인 계급과 가장 잔혹한 상황들은 러닝타임 내내 관객들을 긴장시키고 파격적인 결말은 영화관을 나서는 관객들을 내내 고민에 빠트릴 것으로 보인다.

파격적인 전개와 두 인물의 극단적 양상, 긴장감을 조율하는 김 감독은 담담한 화법을 통해 더욱 극대화된 감정을 끌어올린다. “자존감을 잃은 사람이 어디까지 무너질 수 있을지 궁금했다”는 그의 말처럼 영화는 효주의 질투와 의심 상처받은 내면을 끈질기고 집요하게 살피려 한다. 그 과정과 결말은 전작 ‘거인’이 그랬던 것처럼 고통스럽고, 충격적이면서도 관객으로 하여금 동요를 불러일으킨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훌륭하다. 배우 김하늘은 한 인간이 보여줄 수 있는 극단적인 감정들을 섬세하고 탄탄하게 그려냈다. 위태롭고 예민한 효주는 김하늘이라는 배우를 통해 그 면면을 더욱 입체적이고 감각적으로 완성되었다. 혜영 역의 유인영 또한 지난 필모그래피와는 다른 결의 연기를 선보이며 많은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고 재하 역의 이원근은 이제까지의 작품들 중 가장 훌륭한 연기와 표현력으로 눈길을 끈다.

영화의 감수성을 더하는 미술과 조명, 음악 역시 돋보인다. 특히 방준석 음악 감독의 라틴·탱고 풍의 이국적인 음악들은 ‘여교사’의 대표적인 이미지를 완성한다. 1월 4일 개봉되며 러닝타임은 96분, 관람등급은 청소년관람불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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