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가 1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을 열고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전략을 공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브렉시트 확정 뒤 6개월 만에 나오는 공식 입장이어서 협상 과정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영국 일간 가디언, 스카이뉴스 등 현지 언론이 14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기자회견을 통해 '하드 브렉시트'를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시사할 것으로 보인다. 하드 브렉시트는 유럽연합(EU)과의 완전 결별을 뜻한다. 사실상 단일시장의 EU의 접근권을 포기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회견에서는 △ EU 관세동맹 탈퇴 △ 국경 통제권 복원 △ 유럽 사법재판소의 판결 거부권 등을 강조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또 수개월간 격론이 오갔던 노동자의 권리 보호·향상 같은 '공통 목표'를 마련하는 방안도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메이 총리는 이와 함께 "브렉시트의 성공과 진정한 세계적 영국을 건설하기 위해 서로에 대한 반감을 해소하고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메시지로 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브렉시트 찬반 국민투표 당시 EU 잔류파와 탈퇴파가 격렬하게 대립했던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하드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기업 옥죄기가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영국이 EU와 완전히 단절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EU 내 금융기관 이용이나 수출입 면에서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드 브렉시트 우려에 따라 파운드화가 31년만에 최저치를 보인 것도 이러한 우려와 무관하지 않다.
EU 잔류파였던 애나 소우브리 영국 기업혁신기술부 국무장관은 "이번 기자회견 전망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무책임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영국 보수당 내에서도 "단일 시장과 관세 동맹에 대해 인정하는 협상을 진행한다는 것은 매우 심각하고 나쁜 소식이다"라는 비판이 흘러나온다고 스카이뉴스는 보도했다.
영국은 지난해 6월 찬반 국민투표를 통해 브렉시트를 확정했다. 이후 정부 차원에서 이렇다 할 브렉시트 전략이 공개되지 않은 가운데 '하드 브렉시트'와 '소프트 브렉시트(EU와의 관계를 일부 유지하는 것)' 등 의견 대립이 이어졌다. 메이 총리는 오는 3월 말까지 리스본조약 50조를 발동, 브렉시트 협상을 공식 개시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상태다.
한편 데이비드 데이비스 영국 브렉시트 장관은 선데이 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우리는 EU가 실패하기를 원하지 않으며, 경제적·정치적으로 번영하기 원한다"며 "영국과의 새로운 강력한 동반자 관계가 EU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동맹국에 설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27개 EU 회원국과의 과도기적 협의 사항을 찾아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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