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출석한 최 씨는 국회 측 대리인들이 자신의 정부 인사개입·재단설립 관여 등을 추궁하는 내내 대부분 '모르쇠'로 일관했다. 그러다 질문의 강도가 높아지면 질문을 끊고 언성을 높이는 등 불쾌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국회 측은 박 대통령과 '문화 융성'에 대해 논의한 녹취록을 최 씨에게 제시하며 "기억하느냐"고 묻자, 최 씨는 질문이 끝나기도 전에 "의도적인 질문 같다. 제가 무슨 대통령과 상의를 해서 국정을 이끌어가느냐"고 맞받아쳤다. 국회 측이 "그렇게 물어보지 않았다"고 했지만 그는 "저는 정말 억울하다"며 입을 닫아버렸다.
K스포츠재단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예산 지원 상황을 묻는 질문에도 최씨는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 최씨는 "문체부 일을 왜 저한테 물어보느냐"고 화를 내고는 "제가 직접 참여(관여)했다는 증거가 있느냐" "어떤 이권에 개입했는지 구체적으로 말씀해보시라"고 반박하기도 했다.
또 "대통령이 두 재단이 잘 돌아가는지 확인해달라고 지시했느냐"는 질문에 "저는 검찰 신문을 받는 게 아니므로 유도 신문은 대답하지 않겠다"고 하는가 하면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의 과거 직책에 대한 답변에선 마이크에 한숨을 내뱉었다.
최씨는 대리인단이 자신의 최측근 고영태씨의 검찰 진술을 바탕으로 계속해 추궁하자 "고영태에 대해서는 더는 질문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등 오히려 자신이 증인신문을 주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검찰 신문 조서에 대해서도 "제가 읽어보지 못했다. 읽어본 다음에 답변하겠다"며 증언을 거부하고 승강이를 벌였다. 국회 측이 "스스로 읽어보고 날인하신 거 아니냐"고 했지만 "(당시) 새벽 1시 35분인데 얼마나 피곤하고 쓰러질 지경이었는지 아시냐"며 "강압적으로 제게 (날인을) 찍었느냐 안 찍었느냐 말씀하시는 건 아닌 거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딸 정씨를 위해 삼성으로부터 35억원의 훈련지원급을 수수했냐는 질문엔 "어떻게 딸 혼자만 그거 한다고 삼성 그 큰 회사가 하겠냐"고 반문했다.
최씨는 검찰과 특검의 수사에 관해서도 "검찰과 특검의 강압 수사에 죽을 지경"이라고 항의했다. 국회 소추위원 측이 검찰 피의자 신문 조서를 내밀며 "이 내용이 증인(최씨)이 말한 대로 기재되고 변호사와 같이 읽어보고 서명한 게 맞냐"고 묻자 최 씨는 "(검찰 수사가 있던 날) 독일에서 오자마자 정신없이 했기 때문에 제대로 된 거라고 인정 못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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