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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권추심 규제의 끝나지 않을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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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1-31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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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임애신 기자 = "상대적으로 약자 입장인 채무자를 보호하는 정책 필요성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금융당국 한 관계자의 발언이다. 정책을 집행하고 시장을 관리·감독하는 입장에서는 한 쪽 의견만 고려할 수 없다. 당국 관계자들의 고민이 큰 이유다.

사실 이는 오래된 쟁점이다. 돈을 빌려준 사람 입장에서는 약속한 기간 내에 돈을 돌려받지 못하면 빨리 갚으라고 요구하는 데 이를 채권추심이라고 부른다. 이는 채권자의 당연한 권리다. 

현재 채권추심은 대출받은 금융회사뿐 아니라 이들로부터 추심을 위탁받은 신용정보회사, 대출받은 금융회사로부터 채권을 매입한 회사 등 다양한 곳에서 이뤄지고 있다.
 

[사진= 아이클릭아트 제공]

채권추심은 특히 서민층과 맞닿아 있다. 은행 등 1금융권을 이용하기 어려운 서민·취약계층은 저축은행, 카드사, 대부 등에서 높은 금리로 대출을 받아 급한 불을 끈다. 

채권추심이 문제가 되는 것은 채무 변제를 촉구하는 과정에서 채무자를 정신적·신체적으로 압박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기 쉽다는 데 있다. 지나친 채권 추심은 인권침해를 넘어 가정이 파괴되거나 생명을 앗아가는 등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지난 2009년 채권추심법이 시행됐다. 금융당국은 같은해 10월 채권추심업무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하지만 채권추심이 발생할 확률이 높은 대부업체와 개인이 적용대상에서 빠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당국은 지난해 9월 이를 보완해 '금융권 취약 채무자 보호를 위한 채권추심 건전화 방안'을 내놨다. 채권차의 채권추심 행위와 위탁 관련 규율 강화, 개인부실 채권 거래제도 개선, 채무자의 권리 보호를 위한 인프라 확대 등이 골자다.

여기에는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추심이나 매각을 금지하고, 채무독촉 횟수 하루 2회 제한, 채권추심자의 입증자료 확보 의무화 등의 내용이 신설됐다. 적용대상도 금융회사, 채권추심업자뿐 아니라 금융위 등록대상인 대부업자로 확대했다.  

오는 4월부터는 은행에서 진 빚이 자신도 모르게 저축은행이나 대부업체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신용정보원은 개인채무자가 채권자 변동정보를 조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예상치 못한 채권추심을 줄이기 위한 대책이다. 또 상반기 중 채무자가 무리한 채권추심에 노출되지 않도록 대출채권 매각 가이드라인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의 채권추심 정책은 채무자 보호에 방점을 두고 있다. 그럼에도 규제와 감독의 사각지대에 있는 미등록 대부업자나 매입채권 추심업자 등의 불법 채권 추심행위는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채권자측에서는 당국이 지나치게 권리를 제한하고 있고 비판하고 있다. 이는 소비자 신용시장을 위축시키고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조장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추심에 대한 규제에 대해 공감하지만 금융사 입장에서는 답답할 노릇"이라면서 "규제가 강화되면 대출 금리를 더 높이는 방식으로 영업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고 저신용자를 꺼리는 분위기가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는 채권추심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다. 소멸시효 완성 채권의 거래와 추심을 금지하는 조항이 담겨 있다. 

박창균 중앙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채권추심법 개정안 조항들이 채권자의 권리를 제한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걸 감안하면 가이드라인을 통한 규제보다 법률 개정을 통한 규제가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박 교수는 이어 "집단소송 허용 등은 논란의 여지가 있기 때문에 현재 시행되고 있는 가이드라인과 개정 법률안이 공통으로 규정하고 있는 사항을 포함하는 법률 개정안을 우선 통과시키고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장기적인 과제로 남겨주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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