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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사건 약했나…대기업들 유독물질 불법유통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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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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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부, 유독물질 PHMG 불법 유통업체 무더기 적발

  • 대기업 3곳 관여…33개 업체 단속망 회피 ‘안전불감증’

유독물질 유통 흐름도[자료=환경부]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 = 국내 유명 화학제품 대기업들이 여전히 유독물질 불법유통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국민 공분을 산 ‘옥시사건’을 치르고도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환경부는 유독물질인 ‘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이하 PHMG)’을 무허가로 제조·수입해 판매한 불법 유통조직 33곳을 ‘화학물질관리법’ 위반혐의로 서울동부지검에 송치했다고 7일 밝혔다. 적발된 33곳 가운데 3곳은 화학분야에서 유명한 대기업이라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이들 불법 유통조직은 2013년부터 최근까지 유독물질 수입신고를 하지 않거나, 유해화학물질 영업허가를 받지 않고 PHMG를 제조·판매하는 등 당국 눈을 피하다가 이번에 대거 적발됐다.

특히 유통조직 일부는 물질안전보건자료(MSDS) PHMG 성분함량을 유독물기준 이하로 허위 조작하는 수법으로 일반화학물질인 것처럼 위장해 단속 공무원을 속여 온 것으로 드러났다.

PHMG는 인산염(PHMG-포스페이트)과 염화물(PHMG-클로라이드) 등 2가지 종류의 물질이 국내에 유통되거나 사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를 유발했던 인산염은 2012년 9월 25% 이상 혼합물일 경우 유독물질로 지정됐고, 2014년 3월부터는 함량기준이 1%로 강화됐다. 염화물도 2014년 3월부터 함량기준이 1% 이상일 경우 유독물질로 신규 지정했다.

이번에 적발된 업체들이 불법으로 제조·판매한 PHMG는 모두 295톤으로 인산염은 주로 섬유 등의 항균처리제, 염화물은 항균플라스틱 제조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를 만드는 데 사용된 PHMG는 확인되지 않았다.

환경부는 PHMG가 흡입독성은 강한 반면 피부독성은 낮은 물질로 섬유에 항균 처리할 때 사용될 때는 낮은 농도로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할 때 PHMG로 항균 처리된 섬유와 피부 접촉으로 인한 인체 유해 영향은 거의 없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번 적발에서 드러난 불법유통망은 ▲중국에서 인산염을 수입한 후 희석하여 이를 제조‧유통하는 경우 ▲중국에서 염화물을 수입한 후 희석하여 이를 제조‧유통하는 경우 ▲국내에서 PHMG 인산염을 제조해 유통하는 경우 등 3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무허가 제조업 D사는 중국에서 인산염 함유량이 52%인 유독물질을 수입해 이를 24%로 희석한 제품 8톤을 제조·유통시켰다.

또 무허가 제조업 C사는 2014년 5월부터 염화물 분말 13.5톤을 중국에서 수입한 뒤에 이를 25%로 희석한 제품 61.7톤을 제조해 4개사를 통해 판매했다.

무허가 제조업 O사는 2013년 8월부터 인산염을 합성한 뒤에 이를 25%로 희석한 제품 180톤을 판매총책 P사를 통해 19개 하위 판매·제조·사용업체에 유통시켰다. 특히 O사는 대기업인 K화학회사 제품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이하 OEM) 제조사 S사의 후신인 기업이다.

O사의 실질적 주인인 A씨는 이번에 함께 적발된 S사 대표인데, S사는 지난 2006년부터 대기업인 K화학회사에 OEM방식으로 인산염을 납품했었다. A씨는 S사가 불법 수처리로 처벌받는 등 더 이상 사업 영위가 어려워지자 PHMG 제조·판매를 지속하기 위해 S사와 동일한 부지에 O사를 설립하고 처남을 대표로 앉혔다.

한편, K화학회사는 2013년 PHMG 관련 해당사업을 접으면서 재고품 30톤을 허가를 받지 않고 3개 업체에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간 단발적으로 유해화학물질 무허가 영업을 적발한 사례는 있었으나, 일선 행정 공무원의 지도․점검으로는 불법 유통망의 전체를 조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또 가습기 살균제 사건 교훈에도 불구하고 PHMG를 버젓이 불법 유통시켰고 일부 대기업조차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관련 업계가 국민안전을 도외시하고 이익만을 추구하는 관행이 여전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박봉균 환경부 화학안전과장은 “이번 PHMG 불법 유통고리를 밝히는 데 중앙환경사범수사단의 공이 컸다”며 “중앙환경사범수사단과 협력해 유해화학물질 불법유통 실태를 면밀히 들여다 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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