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미국이냐, 중국이냐...바둑돌이라도 우리의 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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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2-09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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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중국, 미국 서로 "힘으로 조종하지 마라" 비난

  • 대국의 압박 속 균형점, 우리를 위한 길 찾아야

[아주경제DB]


아주경제 김근정 기자 = 

"한국의 자주 외교는 죽은 것과 마찬가지"
"중국은 한국처럼 멍청한 척 할 수 없다"
"한국, 이대로 가면 미국의 바둑돌로 전락"

중국 외교계의 거친 '입'으로 불리는 환구시보가 최근 한국을 향해 뱉은 말이다. 한국과 중국을 잇따라 방문한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한국과 연내 사드 배치 의사를 재확인한 데 따른 반응이다. 

글로벌 이슈에 대한 환구시보의 논평은 중국의 숨겨진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데다 거침없는 논조에 통쾌함까지 느껴져 즐겨 읽는다. 하지만 막상 한국에 대한 노골적인 표현이 등장하자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기자가 이해한 당시 환구시보 논평의 요점은 미국이 사드 배치로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게 분명한데 한국이 멍하니 미국이 시키는 대로 행동하는 것은 너무나 비극적인 일이라는 것이다. 화를 자초하지 말고 결정을 바꾸라는 압박인 셈이다. 

중국이 한국에게 필요하다고 일침한 자주외교는 무엇인가. 주변국의 압력이나 요구에 상관없이 우리의 이익과 신념에 기초해 외교 정책을 선택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중국의 한국에 대한 압박도 만만치 않다. 한류는 얼어붙었고 화장품 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매티스는 오히려 중국을 향해 "명(明) 왕조로 돌아가려 하는 것이냐"며 비판했다. 명나라는 자신의 요구를 수용하는 국가와 교역을 허용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주변국에 대한 조공·책봉 체제를 유지했다. 결국 미국도 중국에게 "다시 시장과 힘을 무기로 주변국을 마음대로 조종하려 한다"고 쓴 소리를 낸 셈이다. 

우리는 과거에도 대국 사이에서 가시밭길을 걸어왔다. 어느 쪽의 손을 잡아야 하느냐를 두고 내부 분란도 잇따랐다. 대외적 혼란 속에 대내적 혼란이 더해지면서 참담한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남북한 분단이 대표적이다.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나 우리는 달라져야 한다.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이 많다는 것은 역으로 생각하면 그 사이에서 많은 이득을 취할 수 있다는 의미다. 

복잡한 국제 정세, 주변국에 대한 광범위하고 즉각적인 이해는 필수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물론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국정농단 논란을 매듭짓고 지도부의 '공백'을 메워 외교의 틀과 정책을 확실히 세우는 일이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바둑돌'이란 비난을 받아도 좋고 '조공국'으로 놀림을 받아도 좋다. 단, 모든 선택은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기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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