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이달로 예상됐던 지상파 초고화질(UHD) 본방송이 끝내 연기되면서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신뢰도가 바닥에 떨어졌다. 특히 최성준 위원장을 비롯해 상임위원들의 예정된 공석(空席)을 감안했을 때 정책 혼선이 예상된다.
방통위는 15일 전체 회의를 열고 KBS·MBC·SBS 등 지상파 3사의 UHD 본방송 개시일을 5월 31일로 승인한다고 의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는 지상파 3사가 당초 요청했던 미비한 방송송출 장비와 부족한 시험방송 등의 이유를 제시했다.
앞서 지상파 3사는 지난해 12월 말 방통위에 기술적 오류 수정, 정합성 테스트 기간 등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UHD 본방송 시기를 2월에서 9월로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이에 대해 방통위는 2018년 열리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세계 최초 UHD 생중계'를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방통위가 올 초 발표한 업무보고에서도 2월 수도권을 시작으로 12월부터는 광역시 등지에서 UHD 본방송을 시작, 나머지 시·군 지역은 오는 2021년까지 순차적으로 도입하겠다는 내용이 그대로 담겼다. 지난달 최 위원장을 주재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UHD 본방송 일정 연기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하지만 방통위가 이날 연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주무부처의 권위가 크게 실추됐다는 지적이 높아지고 있다. 2월 중순이 다되서야 정책 방향을 급선회한 방통위의 오락가락 행정에 신뢰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최 위원장이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에 얽매여 현 임기 내 UHD 본방송을 하기 위해 무리한 일정을 고수한 것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방통위에 따르면 최 위원장의 임기는 4월 7일 종료되며, 김재홍 부위원장과 이기주·김석진 상임위원은 3월 26일 임기가 만료된다.
위원장을 비롯해 대부분의 위원들의 공석이 예정되는 상황에서 UHD 본방송 일정이 또 다시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리더십 부재(不在)에 따른 행정 공백과 새 정부의 정책적 지원을 감안했을 때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에 대해 최 위원장은 "지상파 UHD 방송을 연기하는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력해 5월 본방송을 철저히 준비해 나갈 것"이라며 "방통위는 지상파 UHD 준비상황을 세밀히 점검하기 위해 'UHD 준비상황 점검단'을 구성·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상파 3사들은 지난 2015년 7월 UHD 2월 본방송을 위해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700MHz를 배분받은 바 있다. 주파수를 공짜로 받아놓은 이들의 준비 소홀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는 대목이다.
이에 지상파 3사는 국민과의 약속을 시행하기 위해 오는 28일부터 UHD 공동 시험방송을 실시하기로 했다. KBS의 경우 조달청을 통해 대여한 임시 장비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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