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작년 4분기(10~12월) 엔화 하락과 상품가 회복에 힘입어 일본 상장 기업들의 순익이 전년 동기 대비 25%나 급증했다고 니혼게이자이가 16일 보도했다.
니혼게이자이가 금융기관을 제외한 기업들의 실적을 집계한 결과 기업 중 64%가 순익 증가를 보고하면서 기업들의 총 순익은 6분기 만에 처음으로 전년비 증가세로 돌아섰다.
특히 비-제조업 부문의 순익이 44% 급증했는데 무역회사들의 경우 상품가격 회복 덕택에 실적이 140%나 치솟으면서 성장세를 주도했다. 다이세이나 오바야시와 같은 건설업체들의 순익도 31% 뛰었다.
제조업체들의 순익 역시 11% 증가했다. 새로운 회계연도가 시작되는 4월부터 2분기 동안 전년비 순익이 감소했던 것에서 반전된 것이다.
이 같은 반전에는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달러 대비 엔화 가치가 하락한 것이 주된 요인으로 꼽혔다. 엔 가치가 내리면서 자동차 및 기계 제조·수출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트럼프의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 속에서도 엔저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속속 순익 전망을 상향하고 있다. 대표적인 자동차 수출업체인 도요타는 엔저와 비용 절감 등을 언급하면서 현 회계연도 순익 전망을 종전의 1조5500억엔에서 1조7000억엔으로 높였다.
SMBC 닛코 증권의 자료에 따르면 일본 증시 1부 그룹에 속한 기업 중 200여 곳이 2016/17 회계연도 실적 전망을 상향했다. 반면 하향 조정한 기업은 76곳에 그쳤다.
라쿠텐 증권의 구보타 마사유키 수석 전략가는 “일본 기업들은 순익 전망에 무척 신중한 편이다. 전망치를 수정하고 있다는 것은 단기적인 순익 모멘텀이 강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특히 최근 엔화는 트럼프 행정부의 경제 부양책에 따른 성장률 제고 기대감과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전망 속에서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16일 현재 엔화 환율은 달러당 113.84엔을 가리키고 있다. 작년 4분기 초 고점 대비 엔화 가치가 10% 이상 떨어진 것이다.
그밖에도 미국과 중국 경제 개선, 상품가격 회복, 민간 기업의 투자 확대 등이 일본 기업 실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다만 여전히 많은 기업들이 대외 환경의 불확실성을 경계하고 있다. 큰 선거들이 줄줄이 예정된 유럽의 정치 불안이나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 등이 그 예다. 특히 일본 기업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무역주의를 가장 큰 우려요인으로 꼽았다고 니혼게이자이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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