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미국 금리인상 우려로 국내 시장 금리가 빠르게 상승하면서 가계부채 경고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특히 경기 변동에 민감한 자영업자들의 파열음이 여기저기서 들리고 있다.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금리 상승으로 빚 부담마저 커지면 생계에 큰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과 한국은행 등 가계부채 관련 기관들은 자영업자 대출 규모 조차 제대로 파악하고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기관별 자영업자 대출 통계가 제각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를 보면 작년 9월 말 현재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464조5000억원이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조사에서는 작년 9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은 600조원이 넘었다.
두 기관의 차이가 무려 130조원에 달한다. 한은 통계에는 사업자대출을 받은 적 없는 자영업자 대출은 포함되지 않는다.
문제는 이 마저도 부정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금융권을 중심으로 숨어있는 자영업자의 빚이 상당하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한은이 저축은행 가계대출 통계를 내놓으면서 그동안 가계대출로 분류되지 않았던 영리목적의 가계대출 4692억원을 한꺼번에 반영하면서 혼란이 발생했다. 이는 영농업자,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하는 가계대출로, 일종의 자영업자 대출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기존 개인대출로 분류돼 있던 항목인데 그동안 기타대출에 포함시켰던 것을 이번에 가계대출에 넣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렇자 저축은행 이외에 농업협동조합·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 등 2금융권 전반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자영업자 대출이 상당액 존재할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은행권의 경우도 개인사업사,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을 대상으로 하는 소호대출의 기준이 은행별로 차이가 있어 순수한 자영업자 대출만 뽑아내기 모호한 상황이다.
정부당국이 자영업자 대출 실태 파악도 못하고 있는 동안 영세상인들은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불황으로 소득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상승으로 이자 부담까지 커질 경우 생계에 직격탄을 맞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15년 기준 연매출 4600만원 미만 자영업자는 전체 등록사업자의 51.8%로 절반을 웃돌았다. 구간별로 1200만원~4600만원 미만은 전체의 30.6%로 가장 비중이 컸다. 1200만원 미만 구간도 21.2%에 달했다. 즉, 자영업자 대부분이 영세한 소규모 사업자인 셈이다.
특히 자영업자 대출의 경우 대부분 변동금리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금리 변동에 민감하다. 남윤미 한은 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국내 자영업의 폐업률 결정요인 분석' 보고서를 보면 중소기업 대출 금리가 0.1%포인트 오르면 폐업위험도가 7.0∼10.6%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음식·숙박업은 폐업위험도가 10.6%에 달할 정도로 금리 상승에 큰 영향을 받는다.
한국신용평가는 "자영업자의 가처분소득을 통한 부채상환지표가 다른 종사자들에 비해 열악하고 소득 증가 수준도 낮다"면서 "또한 많은 금융부채를 보유하고 있어 금리상승 위험에 대한 노출도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허문종 우리금융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소비심리 급락, 부동산경기 위축, 시중금리 상승 등으로 영세 자영업 및 경기 민감 업종을 중심으로 대출 건전성이 악화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라며 "자영업자 대출은 사업자·가계 중복대출, 은행·비은행 다중채무의 성격을 띠고 있어 연체가 발생할 경우 부실이 전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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