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선풍적 인기를 끌었던 일본 이노우에 다케히코의 농구만화 '슬램덩크' 속 명대사 중 하나다. 전국제패를 노리는 북산고등학교 농구부 감독이 꺼낸 이 말은 만화 속 주인공들과 치열한 경쟁을 치러내고 있는 이들에게 힘이 됐다. 슬램덩크는 농구에서 강력한 덩크 슛을 말한다.
요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행보를 보고 있으면 슬램덩크 속 이 대사가 계속 곱씹어진다. 박 회장이 그야말로 '근성'의 플레이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박 회장은 지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황이다. 그룹 재건의 마지막 단추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난항을 겪고 있어서다.
당초 박 회장은 자신이 100% 지분을 가진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한 뒤 이를 통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 등을 받아 금호타이어를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박 회장 측은 "1조원을 빌려 줄 재무적 투자자를 확보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처지에 놓였다.
박 회장은 곧바로 배수의 진을 쳤다. "우선매수권 행사 때 컨소시엄을 허용하지 않으면 금호타이어 인수를 포기하겠다"고 선언했다. 또 채권단에 대한 법적대응 방침도 밝혔다. 금호타이어와 더블스타 간 SPA 주식처분 금지 가처분 등 모든 가능한 법적대응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따르면 채권단이 사전승인시 우선매수권 3자 양도 및 컨소시엄 구성을 허용할 수 있다는 약정 조항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주협의회 심의 없이 이를 거부한 것은 절차 위반에 해당된다고 금호아시아나는 주장하고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산업은행에 박 회장과 박세창 전략경영실 사장 이름으로 지난 2일과 6일 공식 공문을 통해 컨소시엄 형태로 금호타이어를 인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했지만 현재까지 답변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등은 컨소시엄에게 우선매수권을 양도하는 건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산은 관계자는 "제3자에게 양도 불가능하다는 원칙은 약정에 명문화된 것으로 매각 추진 내내 지켜왔던 원칙이며 이에 따라 컨소시엄 구성도 허용할 수 없다는 게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초기부터 우선매수권의 제3자 양도 불허와 계열사 동원 원칙을 매각의 공식룰도 적용해 온 만큼 이미 주식매매계약이 체결된 현 시점에서 이를 뒤집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또 이 원칙을 바꿀 경우 더블스타와의 법정공방은 물론 중국과의 통상마찰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상황을 지켜 본 이들 모두 박 회장의 승부수가 통할지에 대해 명확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고들 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박 회장이 호락호락하게 물러서지는 않을 모양새라는 점이다. 박 회장은 아마도 '포기를 모르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그의 근성은 이미 금호산업과 대우건설, 대한통운 인수시에 충분히 비춰진 바 있다. 그룹 재건을 향한 마지막 승부에서 박 회장이 또다시 '슬램덩크'를 꽂을지 재계의 관심이 쏠린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