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승민 바른정당 대선후보는 29일 자신을 정계로 이끌었던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를 예방하고 "원칙이나 명분이 중요하지 너무 계산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생각을 최근에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날 유 후보는 숭례문 인근에 위치한 이 전 총재 사무실을 방문해 이 전 총재에게 대선 후보로서 인사를 하고 '정치적 스승'으로서의 조언도 들었다. 이 전 총재는 지난 2000년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연구위원으로 일했던 유 후보를, 당의 싱크탱크였던 여의도연구소 소장으로 전격 발탁하며 정계 데뷔를 시켜 준 장본인이다.
이 전 총재는 유 후보의 선출을 축하하며 "요즘 제3지대다, 연대다 하고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하는데, 그럴 때 나라가 가야할 길을 확실히 제시하고 깃발을 들고 가는 분이 있어야만 국민들이 안심하고 기대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대 문제는 잘 모르겠다, 계산들을 너무 복잡하게 하는데 한마디로 어떻게 하면 우리가 대통령이 되겠냐 그거 아니겠나"라며, "자칫 그 속에 빠져버리면 가야할 길을 잊어버린다,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총재는 "항상 자기의 원칙과 주관, (갖고)가야 할 핵심가치에 대한 균형감각을 가지고 있으면 복잡한 상황에서도 좋은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며 "일희일비 마시고 열심히 하시라"고 덕담을 건넸다. 유 후보는 공감을 표하며 원칙의 중요성을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전 총재는 "대선기간이 갑작스러운 탄핵 때문에 짧아져서 문제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국민들의 뜻이 하나 둘 모이고 표현되기 시작하면 큰 흐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한다"고 말했다. 유 후보도 "국민들께서 결국 현명하게 판단하실 거라 보고, 그거 믿고 가겠다"고 화답했다.
대구·경북(TK) 지역에서 지지율이 낮은 것을 감안한 듯, 이 전 총재는 "유 후보를 보면 참 안 됐다 생각이 드는 게 고향에서 혼이 나고 있지 않나"라며 "새옹지마라는 말이 있다, 그런 것들이 지나고 보면 오히려 하나의 기회가 되고 발판이 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지금 TK에서 서운함을 느낄 때가 있겠지만 결국은 또 돌아올 것"이라고도 유 후보를 격려했다.
또 "(국민들의) 정치적 의식 수준이나 감각이 달라졌고 수도권에서도 꾸준히 그런 길을 지켜가시면 상당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면서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도 혼자 '내가 된다' 하고 다니니까 표가 모이는 것 아닌가"라고도 말했다.
한편 유 후보는 이날 오전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해 현충탑 앞에서 헌화를 하며 대선 후보로서의 첫 행보를 시작했다. 방명록에는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의 유지를 받들어 조국을 수호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2017년 3월29일. 바른정당 대통령 후보 유승민'이라고 썼다.
참배 직후 기자들과 만난 유 후보는 "선조들의 나라를 지키기 위한 피와 땀을 절대 잊지 않고 본선에 나서면서 정말 이 나라를 제대로 지켜야 되겠다, 그리고 국민모두가 함께 사는 그런 공동체,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야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뜻으로 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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