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중국 정부가 미국과의 무역 전쟁을 피하기 위해 금융 부문 투자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의 카드를 꺼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고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미·중 정상회담에 참석한 중국과 미국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보도했다.
◆ 금융 투자 개방·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가능성 높아
현행 중국 내 규정으로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의 증권사 및 보험 회사의 지분을 보유할 수 없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이후 15년 만에 중신증권, 차이나생명보험 같은 대규모 금융사들이 막대한 경쟁력을 갖게 됐지만 최대 지분을 가질 수 없는 외국인 투자자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외국인에게 최대 지분 보유를 허용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미·중 간 양자 투자협정(BIT)을 두고 협상을 거듭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중국 관계자에 따르면 "중국은 BIT에서 투자 한도를 높일 준비가 돼 있었지만, 지난해 미국 대선 이후 관련 협상들이 연기됐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 정부는 광범위한 분야에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을 꾀하고 싶어하는 상황이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직접 BIT를 추진할지 여부는 아직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해왔던 중국이 금지 조치를 전면 해제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중국 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한 것을 계기로 지난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했다가 지난해 9월 30개월 미만 쇠고기에 한해 수입 금지를 일부 해제했다.
◆ 미 상무 "100일 협상 계기로 가시적인 성과 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불공정한 무역 관행을 시정하기 위한 이른바 '100일 협상'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100일 협상의 자세한 윤곽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중국이 미국 투자자들과 축산업계의 구미를 당기는 제안을 할 경우 크고 작은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온다.
채드 보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무역 전문가는 "이러한 접근법이 단기적으로는 미국의 무역 적자 해소에 도움이 되겠지만 한계는 있을 것"이라며 "특히 중국에 철강을 대량 수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국가 주도 투자 부양책이 발동되면서 현재 중국 철강 업체들은 세계 다른 지역보다 많은 양의 철강을 생산하고 있다. 중국 경제가 25년 만에 가장 느린 속도로 성장함에 따라 국내 수요가 감소하면서 철강 수출이 급증해 세계 철강 가격이 붕괴된 상태다.
한편 윌버 로스 미국 상무장관은 9일(현지시간)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른바 '100일 계획'이 합의됐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는 어렵다"면서 "첫 100일 안에 성과가 나오지 않을 경우 계속적으로 추진할 만한 가치가 있는지 재고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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