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실강화' SC제일 vs '내우외환' 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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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4-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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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제일은행 박종복 행장, 한국씨티은행 박진회 행장.[사진=각 사 제공]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박종복 SC제일은행장과 박진회 한국씨티은행장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박종복 행장이 일반고객 공략 전략을 선택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반면, 박진회 행장은 영업점을 줄이고 고액 자산가 모시기에 열중한 것이 오히려 독이 됐다는 평가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해 2121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6% 감소했다. 이자수익과 비이자수익이 각각 4%, 14% 감소한 영향이다.

반면, SC제일은행은 지난해 2245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3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한 데 이어 씨티은행을 앞지르는 성과를 거뒀다. 인건비를 포함한 전반적인 비용절감 노력과 지속적인 리스크 경감조치를 단행한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반응이다.

두 은행의 엇갈린 경영성적표만큼 행장 간 사업전략에서도 큰 차이를 보였다.

박종복 행장은 차별화된 소매금융 전략을 펼치기 위해 지난해부터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주요 매장 내 뱅크샵·뱅크데스크 등에 직원 1~4명을 상주시켰다. 태블릿PC로 은행업무를 처리하는 초소형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말 기준 뱅크샵은 14개, 뱅크데스크는 60개에 이른다.

뱅크샵과 뱅크데스크는 평일 저녁과 주말 및 공휴일에도 신세계백화점과 이마트 영업시간에 맞춰 운영하기 때문에 근무시간에 은행 업무를 볼 수 없는 직장인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반면, 씨티은행은 고액 자산가를 중심으로 영업을 이어간다. 이를 위해 올 상반기까지 서울(광화문), 도곡, 분당에 WM센터를 추가해 기존 반포·청담WM센터까지 총 5곳을 운영할 계획이다.

대신 기존에 운영되던 133개 영업점을 32개로 통폐합하는 등 영업점은 대폭 축소하기로 했다. 은행 측은 모바일·인터넷 등 비대면 영업채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설명이지만, 씨티은행 노조는 점포 폐쇄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내는 등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에서는 금융사고가 터졌다. 지난 8~9일 태국에서 씨티카드 정보를 빼돌려 만든 복제카드를 이용해 고객 계좌에서 돈을 빼가는 부정 인출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씨티은행은 지난달 국내 편의점·마트 등에 설치된 ATM이 악성코드에 감염된 직후 금융감독원이 해당 카드 정지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했는데도 이를 따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씨티은행에 사전지도대로 보호 시스템을 강화하지 않은 연유 등을 확인한 뒤 고강도 제재를 가할 방침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 은행장의 다른 사업전략이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면서도 "씨티은행이 조직 안팎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를 위한 해결책을 내놓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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