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북한 옥죄기를 본격화하고 있다. 마치 최후 통첩인 듯 중국 역할론을 거듭 강조한 끝에 중국 정부의 협조 의사를 얻어낸 데 이어 정치·경제 제재 압박을 중심으로 하는 대북 정책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4월 한반도 위기설'도 확산되고 있다.
◆ 거듭된 압박 끝에 중국 협조 확인··· 북한과의 소통에 중국 활용하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12일 오전(이하 현지시간) 전화회담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며 "평화적인 방법으로 미국과 협력해 나가길 바란다"고 밝혔다고 관영 CCTV가 보도했다. 이런 입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를 통해 중국에 대한 압박 가능성을 언급한 뒤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11일 트위터를 통해 "북한은 문젯거리를 찾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돕기로 한다면 훌륭하겠지만 그러지 않는다면 미국은 중국 도움 없이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중국이 북한 문제를 해결한다면 미·중 무역 거래가 훨씬 나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고 주장했다.
중국이 대북 대응에 협력하지 않을 경우 사실상 미국이 독자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최후 통첩성 경고를 한 것이다. 외신들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문제 해결에 대한 온도차를 확인한 미·중 정상회담 이후 사실상 최후 통첩성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트럼프 행정부는 북한의 최대 우방국인 중국을 통한 '간접 채널' 형식으로 북한 조종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졌다.
◆ 트럼프 대북정책, 정치·경제 중심 가닥··· 군사 조치는 장기 검토
이와 함께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정치적 제재를 강화하되 군사 조치는 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접근법을 승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북정책은 지난 6∼7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채택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1일 보도했다.
이 안에는 북한에 직·간접적으로 타격을 줄 수 있도록 중국 등 북한의 다른 동맹국을 대상으로 사실상 '세컨더리 보이콧(북한과 거래하는 제3국의 기관·기업까지 제재 부과)' 등을 채택하는 방안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군사력 사용 등의 군사 옵션들은 일단 미루고 장기적으로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은 최강의 군대를 갖췄으며 김정은은 잘못된 실수를 하고 있다"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높였던 것과 대조된다. 파이낸셜타임스(FT), 뉴욕타임스(NYT) 등은 "칼빈슨 항모전단이 동아시아 해역으로 이동하면서 한반도를 둘러싼 군사적 위기감이 커지고 있지만 선제 타격을 통해 국지전을 촉발하면 일본과 한국 등에 주둔하는 미군의 인명 피해 등 역효과를 낼 수 있어 한반도 내 군사옵션에는 제약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 언제든 북한 공격 카드 꺼낼 가능성··· "이란 활용한 비핵화 카드도"
미국 정치주간지 더 네이션은 11일 보도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하는 '크루즈 미사일 외교의 다음 타깃은 이란과 북한이 될 수 있다'는 제호를 통해 그간 교전 규칙 완화, 군력 권한 강화 등 군사력 과시에 힘써온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 공습을 계기로 언제든 북한에 대한 군사 옵션을 꺼낼 수 있다"고 보도했다.
특히 이란과 북한을 핵 위협 국가로 규정하면, 화학무기 사용을 명분으로 내세웠던 시리아 공습과 마찬가지로 공격 명분이 생긴다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지난 2월 초 이란의 탄도 미사일 실험 발사 이후 강경 태세를 예고했었다. 지난 2003년에도 이라크가 대량살상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명분으로 전쟁을 일으켰던 점에 비춰보면 어느 정도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 주장이다.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을 공격하기 위한 명분 찾기 작업은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 사망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북한이 알카에다의 생화학물질을 밀거래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지난 1966년 국교를 수립한 시리아와의 관계도 공격의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 핵·미사일 분야에서 북한과 시리아간 기술 협력과 무기 수출 의혹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다만 섣부른 군사 공격은 역효과를 내는 만큼 군사 공격을 최대한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의 종합 시사 매체인 복스는 11일 보도를 통해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03년 잘못된 주장을 통해 이라크 침공을 했듯이 트럼프도 한반도 지역에 군사력을 집결시켜 무력 충돌을 일으킬 수 있다"며 "그러나 트럼프는 북한이 도발을 계속하는 한 북한으로부터 모욕을 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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