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탄핵 국면에서 둘로 쪼개진 보수진영의 유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간의 단일화가 예상됐지만, 한국당 내 친박(친박근혜) 청산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서 수포로 돌아간 분위기다.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관련 당론 변경이 암초로 작용하고 있다.
유 후보는 12일에도 보수 표심을 공략하기 위해 영남권 행보를 이어갔다. 지난달 28일 바른정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15일 중 총 8일을 영남 행보에 할애한 셈이다.
자신의 텃밭인 영남권을 중심으로 표를 얻지 못할 경우, 수도권과 다른 지역 공략도 탄력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가운데 국민의당 대선주자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지만 국민의당의 당론 변경 문제를 먼저 넘어야 한다.
유 후보의 측근으로 꼽히는 이혜훈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오전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보수정당은 한국적 관점에서는 안보에 대한 게 제일 중요한 가치인데 안 후보는 안보가 오락가락하기 때문에 상당히 미덥지 않은 편”이라며 “사드 만이 아니라도 개성공단 문제 그 전에 여러 가지 문제들도 이 분은 정체성이 알기가 어렵다”고 지적했다.
다만 “(국민의당이) 사드 배치에 찬성할 경우 후보단일화 문제가 검토되는 것”이라면서 “단일화라는 게 결혼처럼 양쪽이 다 마음이 맞아야 되는데 한쪽만 마음이 있다고 결혼이 성사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보수진영 민심이 당선 가능성이 높은 안 후보에게 이동했다고 견제구를 날리기도 했다.
이 의원은 “지금 보수진영에서는 최악을 피해 차악을 선택하겠다는 작전(을 펴는 것) 같다”며 “우리나라에서는 경제문제보다는 대북문제로 진보와 보수를 나누는데 안 후보는 그 기준으로(보면) 명백히 보수후보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홍 후보와 유 후보 등 보수후보들이 약하니까 그런(지지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보수 표심의 이동으로 최근 지지율이 급상승한 안 후보가 사드 배치 반대 의견을 찬성으로 바꾼 데 이어 국민의당에서는 당론 변경의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안보정책을 선회해서라도 보수 표심을 붙잡아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당 대표는 지난 11일 한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선후보가 (당론 변경을)원하고 있고 또 우리도 여러 가지 사태가 변경되고 있기 때문에 검토를 하고 있다”며 “현재 북한 김정은 정권에서 미사일, 핵실험을 계속한다고 하면 우리가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이 주장하고 있는 대북 햇볕정책과의 충돌에 대해서 그는 “(햇볕정책과)배치되지 않는다”면서 “햇볕정책도 튼튼한 한·미 동맹으로부터 출발하기에 북한의 미사일 또는 핵이 미국 영토를 공격할 수 있는 것은 우리의 안보와 직결된다”고 대답했다.
정치권에서는 문재인 대세론의 대항마로 급등한 안 후보가 보수진영 공략에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안보정책을 바꾸면서 대대적인 지형 변화가 올 것으로 보고 있다. 유 후보에게도 단일화의 명분을 주면서 중도보수층을 공략할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한편 홍 후보는 자신의 주요 지지층인 보수표를 잠식한 안 후보 때리기를 이어갔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드를 두고 문·안 후보가 긍정으로 돌아설 듯이 말을 바꾸는 것을 보고 대한민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대통령으로서의 자격이 있는지 참 의아스럽다"며 "표심만 노리고 국가 대사를 손바닥 뒤엎듯이 말하는 그분들을 믿고 어떻게 국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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