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아름 기자 = 지난 2년 6개월, ‘배우’라는 화려함 대신 누군가의 아내 혹은 엄마로 살아왔던 남상미가 다시 브라운관으로 돌아왔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2 ‘김과장’에서 단아하고 지적인 미모를 갖춘, 정의감과 승부욕이 강한 경리부 윤하경 역을 연기한 남상미는 오랜만에 안방극장 나들이를 성공적으로 마친 덕분에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실감은 전혀 안 나요. (윤)하경으로 오래 자리 잡고 있을 것 같거든요.(웃음) 저와 가장 비슷하고 가까웠던 캐릭터라서요. 지금은 ‘김과장’을 처음 시작할 때의 기분 같아요. 다른 출연진 분들과도 너무 친밀하게 잘 지내서 그런지 기억에 남는 작품이 되는 것 같아요.”
남상미는 ‘김과장’의 성공 요인을 다른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팀웍’을 꼽았다. “단체 메신저 방에 24명의 배우들이 있어요”라고 할만큼 그 어떤 작품보다 돈독한 팀웍을 자랑한 드라마다.
사실 ‘김과장’을 향한 대중들의 기대치는 그리 높지 않았다. 쟁쟁한 경쟁작들과 어쩔 수 없는 대결을 펼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남상미는 “이렇게 될 줄 알았어요”라며 특유의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일단 드라마가 전달하려는 메시지가 너무 좋잖아요. 감독님께서 그 메시지를 너무 잘 표현해주셨고, 캐스팅을 봤을 때도 진정성 있게 전달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1~4부까지 찍었을 때 감독님께서 ‘진정성이 너무 있어서 잘 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하셨거든요.(웃음) 그런 느낌이 초반부터 강하게 왔어요. 너무 좋은 사람들만 모여서 캐스팅도 잘 됐고, 그 사람들 한 마디 한 마디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생각하거든요.”
남상미는 지난 2년 6개월간 임신과 출산, 육아를 하느라 바쁘게 보냈다. 오롯이 가정에 충실했던 시간이었다. 더군다나 공백기를 깨고 복귀한 드라마가 성공이라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을거다. 자신의 인생이 변했기에 작품을 보는 눈도 달라졌을까. 그녀가 ‘김과장’을 복귀작으로 선택했던 이유가 궁금했다.
“메시지 때문이었어요. 그게 너무 좋았고, 그 메시지를 제가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정말 작품 고민을 많이 했어요. 작품 선정에서 항상 기로에 놓이는데 저는 뭔가 인연이 될 것 같은 작품이 있는 것 같아요. 정말 감사하게도요. 제가 작품을 하고 싶다고 다 되는 건 아니잖아요. 제가 하고 싶어 하는 게 맞아 들어간다는 게 정말 힘든데 너무 감사하게 그런 인연들만 쭉 있었던 것 같아요.”
그렇게 행복한 촬영이 이어졌고, 높은 시청률로 막을 내린 ‘김과장’. 남상미는 함께 출연한 배우들과 쌓아왔던 돈독한 정으로 세부 포상휴가를 떠나기 위해 들뜬 마음으로 준비했지만 참여하지 못했다. 이유는 결국 ‘엄마’였기 때문이다.
“원래는 포상휴가에 연연 하지 않았는데 ‘김과장’ 식구들이 너무 좋아서 함께 추억을 싸자는 생각에 포상 휴가를 가려고 했죠. 그런데 갑자기 휴가를 출발하는 당일 새벽에 딸이 고열로 아픈 바람에 휴가를 함께 하지 못했어요. 세부 가려고 발톱에 예쁘게 색칠도 했었거든요. 하하하. 엄마는 어쩔 수 없나봐요.”
결혼 전의 남상미와 결혼 후의 남상미. 엄마가 됐다는 건 생각보다 용기 있는 도전이자 변화다. 긴 공백기에도 잊혀질 거란 두려움보다는 연기적인 갈증만이 있었을 뿐이었다.
“연기적인 면에서는 많이 내려놨어요. 전에는 무조건 ‘잘해야 돼’라는 책임감에서 오는 스트레스나 압박감이 있었다면, 결혼 후에는 아이를 낳고 보니 무서움이 없어지는 것 같아요.(웃음) 무서움을 넘어선 힘이 생긴 것 같달까요? 하하하. 결혼이라는 기준으로 저를 나누기 보다는 지난 2년 동안은 ‘인간 남상미’로 충실하다보니 연기적인 갈증의 시간이 있었던 건 맞아요. 잊혀질지도 모른다는 두려움보다는 변함이 없었으면 좋겠단 생각이 항상 있었죠. 남상미라는 배우가 배우로서 이질감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요. ‘잊혀질까?’라는 고민은 없었던 것 같아요. 저는 작품을 할 때마다 늘 신인의 마인드로 임하려고 노력하거든요.(웃음)”
남상미는 그 어떤 출연진보다 ‘김과장’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 보였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는 기쁨보다, 자신이 드라마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좋은 작품을 함께 할 수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기뻐하는 진짜 배우다.
“좋은 작품에 합류했다는 감동이 더 큰 드라마인 것 같아요. 배우들은 자기가 보이거나 작품이 살거나 하는 여러 가지 의미들이 있는데, 제가 두드러지게 연기력을 필요로 하는 장면들이 주어지진 못했어요. 그래도 그런 아쉬움보다는 좋은 작품 속의 하경이가 저일 수 있는 감사함이 더 커요.”
결혼 후 복귀작으로 네 작품 중에 ‘김과장’을 선택한 남상미는, 작품이 주는 메시지에 중점을 뒀다. 자칫 지루 할 수 있는 메시지를 가볍게 풀어낸 ‘김과장’에 매력을 느꼈던 것이다. 그 선택은 전혀 틀리지 않았다.
남상미에게는 다소 특별한 드라마로 기억될 ‘김과장’. 그녀는 ‘김과장’을 “손난로”라고 표현했다.
“‘김과장’은 제게 손난로 같은 느낌이에요. 따뜻함이랄까요. 주머니 속 한 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느낌의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아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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