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지난 18일 중국 상하이 국영 패션센터에서 ‘상하이 모터쇼’ 전야제로 열린 폭스바겐 미디어 나이트. 이날의 주인공은 단연 폭스바겐의 I.D 시리즈였다.
폭스바겐은 미래 자율주행과 커넥티드 기술을 I.D. 콘셉트카 시리즈에 담아서 연이어 출시하고 있다.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I.D 버즈, 제네바에서 I.D 세드릭, 상하이에서는 I.D. 크로즈를 공개했다.
I.D 크로즈를 유심히 보는데 익숙한 회사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국내 1위 타이어업체인 한국타이어가 I.D. 크로즈에 장착된 것이다.
반가운 마음에 헤르베르트 디스 폭스바겐그룹 브랜드 대표에게 이에 대해 묻자 “한국타이어는 강한 경쟁력을 갖춘 브랜드”라는 칭찬이 돌아왔다.
중국이 친환경차 1위 시장이 되면서 이번 모터쇼에서는 전기차 콘셉트카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국내 LG화학, SK이노베이션, 삼성SDI의 배터리가 장착된 차도 많이 있었을 것이다.
지난 19일 디터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SK이노베이션. LG화학과 협업을 하고 있다”며 “그외에도 한국에 소재한 잠재력과 강한 기술력을 갖춘 공급사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만나는 글로벌 완성차 대표의 입에서 연이어 국내 업체의 칭찬을 들으며, 국내 부품사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국내 대표 전자업체 삼성전자에 인수된 하만의 부스도 많은 취재진들로 북적였다. 하만은 텔레매틱스와 인포테인먼트 기술 분야의 강자로 BMW, 현대자동차 등과 협업을 하고 있다. 특히 부스 안쪽에는 현대차 G90(국내명 EQ900)에서 자동차용 오디오를 체험할 수 있는 ‘서밋’을 선보였다.
LG그룹은 이우종 LG전자 VC사업본부장을 비롯해 LG디스플레이 등 계열사 직원 30여 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글로벌 완성차와 부품사와 미팅을 진행하고, 동향 파악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자율주행 부품 분야의 글로벌 톱 기술력을 보유한 만도의 성일모 사장은 직접 모터쇼를 찾았다. 그는 만도가 납품하고 있는 지리, 창안 등 현지 업체의 자동차를 살피고, 협력 부품사와 미팅을 가졌다.
상하이 모터쇼에서 국내 부품사의 위상은 흔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부품사들의 글로벌 사업을 밀어줬던 대표 자동차 회사인 현대·기아차는 사드 여파로 움츠러든 모습이 역력해 마음이 쓰였다. 현대·기아차가 힘을 내지 않으면, 부품업계에도 부정적 영향은 끼칠 수밖에 없다.
현대·기아차는 과거 상하이 모터쇼에서 최고 귀빈 예우를 받았다. 당장 쉽지 않겠지만 위기를 극복하면 VIP로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현대·기아차가 국내 부품업체와 힘을 모아 중국 자동차 시장, 더 나아가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새로운 성공 스토리를 써내려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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