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현상철 기자 =새 정부의 경제라인에 ‘재벌저격수’와 ‘예산통’이 포진하면서 이들이 만들어낼 새로운 정책방향에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재정투입 방향에 가장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정부지원 예산을 투자가 많은 기업에 주는 게 아니라, 일자리 창출 등 가계소득을 늘리는 곳에 투입하겠다는 것이다.
낙수효과에서 분수효과로의 전환인데, 이는 곧 기획재정부의 경제정책이 대전환기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새 정부의 경제정책 중심에는 ‘소득 중심 성장’이 있다. 동시에 대기업이나 고소득자에 대한 ‘부(富)의 팽창’ 억제 노력도 병행될 것으로 보인다.
경제성장 과실을 승자가 독식하며 발생한 ‘부의 팽창’에 브레이크를 걸 방법은 다양하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권한 강화가 꼽힌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과거 조사국 기능을 포함한 ‘기업집단국’을 신설하고, 대기업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김 후보자는 “법을 집행할 때 대기업 사안이면 엄격한 기준으로 판단하겠다”고 말했다.
대기업이 받던 조세혜택 축소도 가속화된다. 박근혜 정부 때부터 지속적으로 비과세 감면 축소가 진행됐는데, 이런 기조를 강화해 간다는 것이다.
지난 2008년 21.1%였던 상호출자제한기업, 이른바 재벌대기업의 실효세율은 2011년 17.5%까지 떨어졌다가 지난해 19.6%를 기록했다.
실효세율을 조정해도 재원이 부족하면 법인세 최고 세율을 25%까지 올리는 직접증세에 나설 방침이다.
고소득자에 대한 세 부담도 늘어날 전망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는 증세에 대해 “분리과세를 종합과세로 하는 등 우선 실효세율을 높이는 게 순서”라고 말했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도 “고소득자는 세금을 더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배당 같은 금융소득이나 부동산 주택임대소득 등에 적용되는 분리과세는 전체 소득과 관계없이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현재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으면 40%의 종합과세를 부과하고, 이하면 14%의 세금을 낸다. 사실상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인 셈이다.
새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필두로, 급격한 ‘부의 팽창’을 완화하기 위해 대기업과 고소득자 혜택 축소를 병행한다는 구상이 새로운 경제정책 방향타가 된 것이다.
단, 공정위가 ‘죄고’ 기재부가 ‘줄이는’ 데 따른 성장 정체 및 기업경영 위축 우려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김 공정위원장 후보자는 “때려잡는 게 아닌 엄정한 법질서”라고 말했고, 김 부총리 후보자는 “법인세 인상은 신중히 접근해야 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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