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비전 2050 ②] ‘사장된 秘傳-2030’…여전히 유효한 대한민국 미래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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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2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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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30비전' 어떤 내용 담겼나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지난 2006년 노무현 정부가 내놨던 우리나라 최초의 중장기비전 보고서인 '비전 2030'이 주목받고 있다.

장기 국가발전계획인 이 보고서를 토대로 문 정부가 '국가 비전 2050(가칭)'을 수립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특히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를 비롯해 '비전 2030' 제작에 참여한 주요 인사가 요직에 중용되면서 보고서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비전 2030'은 참여정부 말기에 등장했다. 2005년 6월부터 60여명의 민간전문가와 당시 기획예산처 실무급 직원들로 구성된 합동작업단이 1년여간 연구과정을 진행했다.

당시에는 파격적으로 비쳤던 국가 장기계획인 '비전 2030'은 저출산·고령화와 양극화에 따른 경제 저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다.

민·관 합동으로 만들어진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주요 사회·경제 제도에 대한 혁신을 2010년까지 마무리한다. 이어 지속적인 성장과 사회안전망 구축으로 2010년대에는 선진국에 진입하고, 2020년대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성숙한 세계 일류국가가 된다는 내용을 담았다.

또 2030년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4만9000달러로, 보고서 발간 당시 1만6000달러에 비해 3배로 높아진다.

스위스의 국제경영개발원(IMD) 기준 국가경쟁력은 2005년 29위에서 2030년에는 10위로, 삶의 질은 41위에서 10위로 각각 올라간다는 목표를 잡았다.

특히 공적연금 수급률은 2005년 17%에서 2010년 30%, 2020년 47%, 2030년 66%로 상승해 노인의 3분의2가 연금혜택을 받는다.

치매·중풍 노인들 가운데 무료로 장기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2005년 11%에서 2030년에는 100%로 올라간다는 희망도 제시했다.

진료비 대비 건강보험 지원 비율은 2005년 65%, 2010년 72%, 2020년 80%, 2030년 85%로 상승한다. 초·중·고교생 중 무료로 방과 후 활동 수업을 들을 수 있는 학생은 같은 연도별로 각각 32%, 67%, 72%, 75%로 각각 올라갈 것으로 내다봤다.

또 대학 구조개혁도 이때 등장했다. 보고서는 대학의 구조개혁과 질적 향상을 위해 국립대학 통폐합과 함께 입학정원을 현재 8만3000명에서 2009년 7만1000명으로 줄이고, 서울대·울산국립대·인천시립대 등 5개 대학의 법인화 추진을 제시했다.

아울러 노동시장과 국제환경에 맞춰 초·중·고교 수업연한을 `5년-3년-4년', '6년-4년-2년'으로 조정하거나 가을학기제를 도입하는 방안 등도 등장했다.

특히 초·중·고교의 '방과 후 학교' 활성화로 학생들이 입시뿐 아니라 예체능에 대한 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해 향후 5년 내 사교육을 학교 안으로 흡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특히 장애인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상향 조정하고 장애수당 인상, 의료·특수교육·이동권 지원 확대 등도 실행 등도 내걸었다.

11년이 지난 현재 보고서에 담긴 내용 중 많은 부분이 실제 정책으로 연결됐으나 당시 야당 등 정치권과 언론의 평가는 가혹했다.

'공허한 청사진', '다음 정부에 고통을 주는 비전', '탁상공론' 등으로 불렸을 정도다. 이는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의 부실함에서 비롯됐다.

당시 보고서에서 정부는 한국이 일류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2006∼2010년에는 국내총생산(GDP)의 0.1%, 2011∼2030년에는 GDP의 2.1%에 이르는 추가재원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정부는 2007∼2010년에 필요한 4조원은 증세 없이 세출 구조조정, 비과세·감면 축소, 전문직·자영업자 세원 노출 등을 통해 확보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2011∼2030년의 1096조원은 증세로 충당할지, 국채발행으로 해결할지, 아니면 국채와 증세를 혼합할 지 등에 대한 국민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당시 정부 관계자의 말을 빌려 보면 "부족재원 1100조원은 경상가격 기준이기 때문에 물가상승 등을 감안한 현재가치는 400조원이며, 연평균으로 16조원"이라며 "1인당 부담액을 굳이 따지자면 33만원 정도이지만, 재원조달 방안이 논의되지 않은 상태여서 이를 조세 부담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 등 정치권은 '비전 2030'을 '장밋빛 2030'이라 칭하며, 실천하지 못할 청사진으로 국민 세금을 허비할 수 있다고 맹렬하게 비난했다.

이후 '비전 2030'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과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가 최근 그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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