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의 도시이야기] 서울의 찬가가 그린 도시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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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7-05-3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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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재미있는 문화살롱
- 윤주의 도시이야기
- 윤주(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사진 = 윤주(지역전문가·한국지역문화생태연구소)]


「서울의 찬가」가 그린 도시의 얼굴

우리에게 도시란 무엇인가? 흔히 ‘도시’라는 단어가 주는 인상으로 빌딩의 풍경 혹은 몇몇 유명한 도시의 이미지를 대표적으로 떠올리지만, 사실 도시는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구체적인 의미로 가득 찬 곳이다. 책이나 영화 속 친숙한 이야기로 등장하며 때로는 우리가 흥얼거리는 노래에도 있고, 도시의 랜드마크를 담아낸 사진과 짧은 글귀에도 도시는 존재한다. 그와 같이 늘 일상과 함께 하는 도시를 스마트폰 속 작은 세상 안에 담아 놓기도 하고 SNS를 통해 소통하기도 하는 것이 오늘날 도시를 이야기하는 방식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도시는 특별한 무엇이기보다 사람의 시간이 쌓이고 축적되는 공간이자 동시에 그곳을 살고 있는 사람들의 어제와 오늘, 내일까지 담는 삶의 공간 자체다. 도시를 살아가는 누군가에게는 잠에서 깨어나 다시 잠자리에 들기까지 영위하는 공간으로 인식되며, 도시를 찾는 여행자에게는 색다른 즐거움이자 또 다른 일상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를 잘 들여다보면 도시에 사는 당대 사람들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시간의 흐름에 따라 도시가 변화되어간 흔적이나 새롭게 만들어지는 도시의 이미지를 살펴볼 수 있다. 도시는 모두가 더불어 사는 공간이자 과거와 다름없이 다가올 미래의 소중한 기억이 쌓여갈 장소로서 존재하는 것이다. 도시의 시간은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이 중심이 되어 이야기를 만들어 내며, 도시를 사랑하는 방식이나 관심은 점점 더 적극적으로 표현되며 회자되어지고 도시의 삶에 영향을 주고 있다.

그렇게 수많은 도시가 사람들과 살아 움직이며 이야기를 만드는 가운데 현재 서울은 ‘서울로 7017’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서울역 고가도로가 차도로 개장한 1970년의 과거와 현재 시점인 2017년이 이름에 담겨 그 역사만큼이나 작금의 이슈로 주목받고 있다. 돌이켜 봤을 때 이곳의 근간이 된 서울역 고가도로가 탄생하기 1년 전인 1969년에 「서울의 찬가」라는 노래가 발표되었다. 이 노래는 당시 서울시장 김현옥이 작곡가 길옥윤에게 의뢰해 만든 곡으로, 패티김이 불러 큰 인기를 끌었다. 「서울의 찬가」는 경제개발에 의한 도시화가 막 이루어지기 시작하는 그 시기 서울의 모습을 밝고 희망차게 노래했다.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으렵니다”라는 후렴의 가사에는, 비록 과거 우리네 농어촌 모습과 다르지만 어느새 정겨워진 도시풍경과 활기 넘치는 도시 분위기에 대한 희망과 애정이 담겨 있다. 서울에 대한 노래로 이제는 조용필의 「서울 서울 서울」과 이문세의 「광화문 연가」를 기억하고 노래하는 사람이 많아졌지만, 아직도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세종로공원 한편엔 「서울의 찬가」가 노래비로 남아 서울을 기린다.

과거 「서울의 찬가」가 그렸던 새들이 울고, 꽃이 피는 아름다운 서울을 지금 희망차게 노래할 수 있을까. 그렇지만은 않다. 교통체증 유발을 감안하고 도시재개발이 아닌 도시재생의 이름으로 만들어진 ‘서울로 7017’만 보더라도 희망만을 말하기 힘들다. 많은 이의 대화나 언론의 보도 속에서 걱정과 기대를 동시에 낳는 이유로는 공공시설물과 콘크리트빛이 대부분인 보행로에 실망한 시민들의 우려가 큰 몫을 차지한다. 공개 이래로 여러 논란을 빚은 슈즈트리는 9일간의 전시 일정을 끝내고 철거되었지만 서울에 대한 기억 속에 또 하나의 장면을 추가하였다. 슈즈트리로 대변되었던 예술성이나 공공성에 대한 찬반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슈즈트리가 자리했던 공간에 남겨진 사람들의 갖가지 기억과 철거 이후 다르게 변모할 모습이 궁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연장선상에서 ‘서울로 7017’의 행보도 마찬가지다. 앞서 서울역 고가도로가 많은 논쟁이 있었는데도 ‘서울로 7017’로 완성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역 고가를 중심으로 한 미래에 대한 약속 때문이었음을 많은 사람이 기억한다. 시민의 의견이 담긴 도시재생으로 낙후된 지역의 원동력이 되어주며 보행자를 위한 고가공원으로의 역할을 뉴욕의 하이라인처럼 해 줄 것이라는 서울시의 그 약속을 말이다.

흔히 삶은 여행으로 비유된다. 시간의 흐름 가운데 삶의 순간마다 새롭게 발견하는 삶과 여행의 다양한 가치와 경험에 대한 공통점이 그 비유의 배경일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주변을 둘러싼 여러 도시의 풍경은 우리에게 영향을 주는 것과 동시에, 우리는 그 구성원으로서 혹은 도시의 변화를 이끄는 주역으로서 반대로 도시의 풍경을 만들고 도시 안에 각자의 가치관을 담아내기도 한다. 서로 주고받는 영향 덕에 도시의 약속은 단지 도시의 미래만이 아닌 현재 삶에 영향을 주고 우리의 미래가 되기도 한다. 서울의 녹색 미래를 약속한 ‘서울로 7017’의 초록은 비록 지금 화분에 갇혀 있지만 곧 화분에서 넘쳐나 콘크리트를 감싸 안기를 기대한다. 쉴 수 있는 그늘도 내어주고 주변의 활력소와 숨길이 되길 바란다. 「서울의 찬가」 속 가사처럼 꽃이 피며 새들의 노래 웃는 그 얼굴이 떠오르는 정다운 마음의 거리로 남아 서울의 좋은 기억으로 그려지길 진심으로 원한다. 진정, 서울시의 약속처럼 사람을 우선하는 걷는 도시 서울의 랜드마크로 ‘서울로 7017’이 사랑받는 길로 기억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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