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장은영 기자 =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서훈 국정원장 취임과 함께 국정원 개혁의 닻은 올려졌지만 순항 여부는 미지수다. 개혁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수없이 많지만, 그 가운데 개혁의 당사자가 고통을 감내하고 국민의 신뢰를 받는 최고의 국가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는 의지와 마음가짐은 핵심 요건 중 하나일 것이다.
여당 내 유일한 '국정원맨'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후배들을 향해 "국정원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 받는 서 원장이 수장으로 왔으니 그를 믿고 따라가라, 살 수 있는 길로 가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김 의원은 국정원에서 인사 업무만 20여 년을 담당해 국정원의 조직·인사를 꿰뚫고 있다. 국정원장보다 국정원 조직을 더 잘 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국정원 개혁이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제가 선발해 양성시킨 직원들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고 말했다.
국정원 개혁의 청사진을 정리해보니 A4 용지로 400페이지가 넘는다는 김 의원이 그리는 그림은 분명하다. 국정원이 단순히 국내 정치 개입 같은 불법을 근절하는 수준에서 넘어서 최강의 역량을 갖춰 국민의 사랑을 받는 기관으로 거듭나는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 후배들의 조국을 위한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하는 게 개혁의 최종 목표다.
국내 정치와는 단절돼야 하지만 경제 안보, 재난 관리 등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 역량은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20대 총선 이후 탄핵, 조기대선 국면을 겪었다. 19대 대선 과정에선 '문재인 그림자'를 자처했다. 원내에선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소회도 남다를 것 같다.
=생소한 업무를 했다. 기회가 된다면 정보기관 출신들도 국회에 들어와 좀 더 넓은 시야와 국가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정원 직원들은 애국심이 아주 투철하다. 근데 이게 빗나가면 나만 (국가를) 지킬 수 있고, 내가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만이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주관적 애국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에 와보니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토론하고 결국 합의점을 찾더라. 당연한 일인데도 신선했다.
-서훈 국정원장의 국정원 개혁 의지와 능력은 신뢰할 만한가.
=국정원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주체자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면에서 서 원장은 최고의 적임자다. 외부 인사는 국정원의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개혁) 능력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국정원 직원들이 믿고 따라갈 만한 수장을 (문 대통령이) 보직했다. 이번엔 개혁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국정원 개혁,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먼저 국정원 개혁이 왜 지난 30년간 실패했는지 실패 사례를 공부해야 한다. 그간 국정원 개혁이 실패한 것은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국정원 전문가들에게 제가 '왜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국정원을 탈권력화·탈정치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단언컨대, 그렇게 생각하면 또 실패한다. 역대 개혁 주체자들이 처벌과 개혁을 혼동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시키겠다? 그건 개혁이 아니다. 불법은 처벌해야 하는 거지 개혁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처벌할 대상과 개혁할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개혁의 시발점이다. 지금까지는 여기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갔다. 이번에 국정원이 '7대 정치 개입 사건'을 재조사하는데 조사해서 불법 행위가 나타나면 바로 사법당국에 넘겨야 한다.
-그럼 김 의원이 생각하는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국정원 조직이 대부분 강한데 일부에서 불법이 있었는가? 그런 조직은 없다. 불법 행위가 조직에 스며들게 되고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 조직 전체가 위축된다. 사실 해외정보나 대테러, 방첩, 사이버, 과학·기술은 국정원이 더 강화해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 국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니 그런 분야를 강화하지 못하게 된다. 국정원법 제3조에 국가가 부여한 국정원의 직무 권한이 명시돼 있다. 그 업무에선 최강이 돼야 하는 거다. 최강의 역량을 보유하기 위해서 개혁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방첩이라는 용어에서 혼란이 오는 거다. 방첩 기능은 국내와 관계가 없다. 국가 정보 기관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외에서의 위법성을 용인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털끝만큼도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정치 관여 금지는 아예 명문화돼 있다. 법에 적힌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은 다 불법이다. 지금은 국정원이 백화점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어떤게 위법인지 아닌지 분류를 해주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같은 국정원에서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이 업무는 국정원이 해도 되고, 이건 절대 하면 안 되고 이런 식으로 분류해야 한다. 해도 되는 업무의 경우 면책권을 주고 해선 안 되는 업무에 대해선 아주 강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부터 시작했지만 결코 5년 내 끝나지 않는다. 다음 정부 말에 가서야 큰 흐름이 잡힐 것이다.
-규정화·법제화 작업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하는가.
=국가 정보 기관은 국회에 견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양쪽에서 다 통제해야 한다. 정보위원회가 엄격한 미국도 국회에선 70%밖에 관리를 못 한다. 아주 예민한 정보는 보고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명권자인 대통령한테는 보고를 안 할 수 없지 않은가.
-새로운 대통령 직속 기구 신설이 필요한가.
=사람의 입은 믿을 수 없다. 국정원이 감사원의 관리·감독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 직속 기구가 국회에서 (감시)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국회는 예산을 주는 조직이다. 이번 정부든 다음 정부든 이런 기구가 설치돼 체크 앤 밸런스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개혁의 내용은.
='우린 어디로 가서 국민을 위해 어떤 업무해야 할거냐' 이런 패러다임을 찾는 업무를 당장 해야 한다. 국민에게 가장 절실하고 직접적으로 와닿는 게 '경제 안보'다. 참여정부와 비교하면 국정원에서 경제 분야에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또 방산 비리는 해외 업무와 연결되는 거다. 국정원에서의 방산 업무가 쇠퇴하면서 방산비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재난 안전에 관한 업무들도 마찬가지다. 제가 말씀드린 이 세 분야에만 인력을 재배치한다고 해도 인력을 많이 보충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선 어떤 의견인가.
=대통령이 (이관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국정원에 증거를 위조하는 등 단초를 많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시도도 안해 보고 벌써부터 되냐 안 되냐를 얘기해선 안 된다.
-국회에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국회 견제 수단으로 국정원장 해임건의안 등이 거론되는데.
=국정원장 임기제보다 더 중요한 건 국정원의 활동을 정보위에서 아주 면밀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은 대통령 공약이다. 여당은 훨씬 더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저희한테 부여된 권한이 예산이다. 만약 예산 보고서가 미진하다면 그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정도로 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하겠다.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면 과감하게 제재할 거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잘 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둘 것이다. 그것이 제가 선발해 양성시킨 직원들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그게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
-현재 국정원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국정원이 왜 개혁의 대상이 됐는지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 반성의 근거로 3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우리의 애국심이 주관적인 애국심으로 변질됐다. 두 번째는 우리 조직의 자랑거리인 위계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 보고 라인을 제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청와대에 직보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는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삼청교육대'가 생기고 자살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격변기에 있었을 때 윗사람들이 원장한테 조직을 위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는지, 동료와 부하를 책임졌는지, 동료들조차도 동료가 고통당할 때 외면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반성의 토대 위에 개혁에 나서라. 국정원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분이 수장으로 왔으니 믿고 따라가라, 살 수 있는 길로 가라, 그게 우리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여당 내 유일한 '국정원맨'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정원 후배들을 향해 "국정원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 받는 서 원장이 수장으로 왔으니 그를 믿고 따라가라, 살 수 있는 길로 가라"고 당부하는 것도 이런 연유일 것이다.
김 의원은 국정원에서 인사 업무만 20여 년을 담당해 국정원의 조직·인사를 꿰뚫고 있다. 국정원장보다 국정원 조직을 더 잘 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다.
그는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서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국정원 개혁이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며 "그것이 제가 선발해 양성시킨 직원들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치와는 단절돼야 하지만 경제 안보, 재난 관리 등 국민의 안전과 국익을 위해 국내 정보를 수집하는 업무 역량은 더 강화돼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김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16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1시간 가량 진행됐다.
-20대 총선 이후 탄핵, 조기대선 국면을 겪었다. 19대 대선 과정에선 '문재인 그림자'를 자처했다. 원내에선 국방위원회와 정보위원회, 국정기획자문위원으로 바쁘게 활동하고 있다. 지난 1년간의 소회도 남다를 것 같다.
=생소한 업무를 했다. 기회가 된다면 정보기관 출신들도 국회에 들어와 좀 더 넓은 시야와 국가관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 국정원 직원들은 애국심이 아주 투철하다. 근데 이게 빗나가면 나만 (국가를) 지킬 수 있고, 내가 추구하는 정치 이념을 가진 사람만이 국가를 지킬 수 있다는 '주관적 애국심'으로 변질될 수 있다. 그런데 국회에 와보니 (서로) 이해할 수 없는 이념을 가진 사람들이 화기애애하게 지내고, 토론하고 결국 합의점을 찾더라. 당연한 일인데도 신선했다.
-서훈 국정원장의 국정원 개혁 의지와 능력은 신뢰할 만한가.
=국정원 개혁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혁 주체자의 의지와 능력이 중요하다. 이 두 가지 면에서 서 원장은 최고의 적임자다. 외부 인사는 국정원의 조직 문화를 이해하는 데 오래 걸리기 때문에 (개혁) 능력 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국정원 직원들이 믿고 따라갈 만한 수장을 (문 대통령이) 보직했다. 이번엔 개혁이 성공할 확률이 높다.
-국정원 개혁, 어떻게 접근해야 하나.
=먼저 국정원 개혁이 왜 지난 30년간 실패했는지 실패 사례를 공부해야 한다. 그간 국정원 개혁이 실패한 것은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를 몰랐기 때문이다. 국정원 전문가들에게 제가 '왜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가'라고 물어보면, '국정원을 탈권력화·탈정치화시키기 위해서'라고 답한다. 단언컨대, 그렇게 생각하면 또 실패한다. 역대 개혁 주체자들이 처벌과 개혁을 혼동했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관여 행위를 금지시키겠다? 그건 개혁이 아니다. 불법은 처벌해야 하는 거지 개혁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처벌할 대상과 개혁할 대상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개혁의 시발점이다. 지금까지는 여기에서 한 걸음도 못 나갔다. 이번에 국정원이 '7대 정치 개입 사건'을 재조사하는데 조사해서 불법 행위가 나타나면 바로 사법당국에 넘겨야 한다.
-그럼 김 의원이 생각하는 국정원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가 뭔가.
=국정원 조직이 대부분 강한데 일부에서 불법이 있었는가? 그런 조직은 없다. 불법 행위가 조직에 스며들게 되고 국민으로부터 비난과 의심의 눈초리를 받으면 조직 전체가 위축된다. 사실 해외정보나 대테러, 방첩, 사이버, 과학·기술은 국정원이 더 강화해야 하는 분야다. 그런데 국정원이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니 그런 분야를 강화하지 못하게 된다. 국정원법 제3조에 국가가 부여한 국정원의 직무 권한이 명시돼 있다. 그 업무에선 최강이 돼야 하는 거다. 최강의 역량을 보유하기 위해서 개혁해야 한다.
-국정원의 국내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국내 정보 수집 기능을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
=방첩이라는 용어에서 혼란이 오는 거다. 방첩 기능은 국내와 관계가 없다. 국가 정보 기관은 대한민국과 국민의 안전을 외부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해외에서의 위법성을 용인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국내에선 국민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해 털끝만큼도 법에 어긋나는 행위를 해선 안 된다. 정치 관여 금지는 아예 명문화돼 있다. 법에 적힌 직무 범위를 벗어난 것은 다 불법이다. 지금은 국정원이 백화점식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데 어떤게 위법인지 아닌지 분류를 해주는 작업이 제일 중요하다. 국회 정보위원회 같은 국정원에서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 이 업무는 국정원이 해도 되고, 이건 절대 하면 안 되고 이런 식으로 분류해야 한다. 해도 되는 업무의 경우 면책권을 주고 해선 안 되는 업무에 대해선 아주 강한 처벌 규정을 신설해야 한다. 그리고 예외 없이 처벌해야 한다.
-간단한 작업이 아니다.
=국정원 개혁은 문재인 정부 출범 첫날부터 시작했지만 결코 5년 내 끝나지 않는다. 다음 정부 말에 가서야 큰 흐름이 잡힐 것이다.
-규정화·법제화 작업은 국회에서 추진해야 하는가.
=국가 정보 기관은 국회에 견제하는 것으로는 한계가 있다. 행정부와 입법부 양쪽에서 다 통제해야 한다. 정보위원회가 엄격한 미국도 국회에선 70%밖에 관리를 못 한다. 아주 예민한 정보는 보고하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명권자인 대통령한테는 보고를 안 할 수 없지 않은가.
-새로운 대통령 직속 기구 신설이 필요한가.
=사람의 입은 믿을 수 없다. 국정원이 감사원의 관리·감독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본다. 그런데 대통령 직속 기구가 국회에서 (감시) 한다면 문제가 달라진다. 국회는 예산을 주는 조직이다. 이번 정부든 다음 정부든 이런 기구가 설치돼 체크 앤 밸런스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개혁의 내용은.
='우린 어디로 가서 국민을 위해 어떤 업무해야 할거냐' 이런 패러다임을 찾는 업무를 당장 해야 한다. 국민에게 가장 절실하고 직접적으로 와닿는 게 '경제 안보'다. 참여정부와 비교하면 국정원에서 경제 분야에 거의 힘을 못 쓰고 있다. 또 방산 비리는 해외 업무와 연결되는 거다. 국정원에서의 방산 업무가 쇠퇴하면서 방산비리가 기하급수적으로 커지기 시작했다. 재난 안전에 관한 업무들도 마찬가지다. 제가 말씀드린 이 세 분야에만 인력을 재배치한다고 해도 인력을 많이 보충해줘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인 대공수사권 이관에 대해선 어떤 의견인가.
=대통령이 (이관을) 공약으로 내건 것은 국정원에 증거를 위조하는 등 단초를 많이 제공했기 때문이다. 공약은 지키라고 있는 거다. 시도도 안해 보고 벌써부터 되냐 안 되냐를 얘기해선 안 된다.
-국회에선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국회 견제 수단으로 국정원장 해임건의안 등이 거론되는데.
=국정원장 임기제보다 더 중요한 건 국정원의 활동을 정보위에서 아주 면밀하게 체크하는 것이다. 국정원 개혁은 대통령 공약이다. 여당은 훨씬 더 견제 역할을 해야 한다. 저희한테 부여된 권한이 예산이다. 만약 예산 보고서가 미진하다면 그 분야의 예산을 삭감하겠다는 정도로 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 문재인 대통령이 성공할 수 있도록 모든 일을 하겠다. 정부가 잘못된 길로 가면 과감하게 제재할 거다. 개인적으로는 국회에서 국정원 개혁이 잘 되고 있는지 항상 관심을 둘 것이다. 그것이 제가 선발해 양성시킨 직원들에 대한 소명 의식이라고 생각한다. 정치에 입문할 때부터 그게 마지막 임무라고 생각했다.
-현재 국정원 내부 분위기는 어떤가.
=국정원이 왜 개혁의 대상이 됐는지 억울해할 것이 아니라 진지한 반성을 해야 한다. 반성의 근거로 3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우리의 애국심이 주관적인 애국심으로 변질됐다. 두 번째는 우리 조직의 자랑거리인 위계질서가 완전히 무너졌다. 보고 라인을 제치고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 등 청와대에 직보하지 않았는가. 마지막으로는 원세훈 국정원장 시절 '국정원 삼청교육대'가 생기고 자살하는 사람이 생길 정도로 격변기에 있었을 때 윗사람들이 원장한테 조직을 위해 이러면 안 된다고 말했는지, 동료와 부하를 책임졌는지, 동료들조차도 동료가 고통당할 때 외면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반성해야 한다. 반성의 토대 위에 개혁에 나서라. 국정원 역사상 가장 훌륭하다고 평가되는 분이 수장으로 왔으니 믿고 따라가라, 살 수 있는 길로 가라, 그게 우리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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