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피의자 추측할 만큼 정보 공개하는 것은 인격권 침해"

보도자료 배포는 유사 범죄 재발을 막는 공공성 있지만 피의자 짐작할 정도의 정보공개는 문제

이창환 기자 =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이 특정 사건의 피의자가 누군지 알 수 있을 만큼 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개인의 인격권과 사생활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판단했다.

9일 인권위는 광주시청 공무원 A씨가 낸 진정에 따라 광주지방경찰청 소속 직원들에게 보도자료 관련 직무교육을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2015년 A씨는 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겠다며 2억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A씨는 사전구속영장 신청 당시 경찰이 배포한 보도자료에 자신이 '○○팀장'이라고 표기돼 주변 사람들이 피의사실을 알게 됐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경찰은 "광주시청 직제에 '○○팀장'이란 직책이 없음에도 A씨가 본인을 팀장이라고 사칭해 그렇게 표현했다"며 "실제 직제에 있는 직책이 아니므로 피의자의 개인정보가 노출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해명한 바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는 "개인을 명시적으로 특정하지 않았더라도 같은 지자체에 근무하는 공무원이나 지인은 피의자가 A씨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경찰도 인정하는 것처럼 A씨가 '○○팀장' 직책을 대외적으로 사용해왔던 것도 사실이므로 경찰의 항변은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인권위는 경찰이 당시 A씨가 혐의를 부인하는 등의 내용을 밝히지 않은 점에 대해서도 경찰청 훈령인 '경찰수사사건 등의 공보에 관한 규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