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봉현칼럼] 동맹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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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병희 기자
입력 2017-07-1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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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봉현]



지난 6월 29일과 30일 미국 워싱턴에서 개최된 한·미 정상회담은 예상한 바대로 별다른 문제 없이 종료되었다. 문제 없이 종료된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동맹을 새롭게 재정립하려고 시도하지 않고 현 상태를 재확인하였기 때문이다. 충돌을 예상하고 기대하였던 국내 동맹파적 시각에서 보았을 때에 조금 시시하게 끝났다. 반면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을 강조한 것은 미측으로서는 한·미동 맹의 이익균형점을 재정립하려는 것으로서, 앞으로 한·미 동맹은 우리의 기대와는 달리 한국 측의 현상 유지 노력과 미국 측의 현상 변경 노력이 충돌하는 고단한 여정이 될 것이다.

진화생물학에서 모든 생물은 이기적 유전자에 의하여 본능적인 행동이 정해진다고 한다. 즉,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은 살아남으려는 ‘생존’, 자신의 개체를 널리 퍼뜨리려는 ‘번성’, 그리고 보다 나은 종(種)을 위한 ‘진화’라는 세 가지의 이기적인 목적을 추구하도록 프로그램 되어 있다고 한다. 이기적 인간의 이기적 행동은 국가의 행동에 그대로 복사되어 나타난다. 국가도 생물과 마찬가지로 생존, 번성, 그리고 진화를 위하여 이기적 행동을 하게 되어 있다.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은 1954년 19세기 초 유럽의 세력균형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의 동료들은 핵전쟁 시대에 무슨 세력균형이냐고 고개를 갸웃하였지만, 키신저는 국제안보에 있어서 이기적 인간들의 이기적 행동은 세력균형이라는 방식을 고안해 내었고 인간사가 영원하다면 세력균형도 영원할 것이라고 보았다. 그의 인간관은 19세기에도, 그리고 핵전쟁 시대에도 별다른 차이 없이 작동하고 있다.

다시 말하면 국가들이 동맹을 맺는 이유는 적대 세력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고’, ‘넓히고’, 그리고 궁극적으로 ‘높이기’ 위한 자연선택인 것이다. 한국으로서는 미국과의 동맹이 이를 가장 잘 실현시켜줄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이며 미국도 한국 및 일본과 동맹관계를 유지함으로써 아태지역에서 번성과 진화를 추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지난 7월 6일 독일에서 개최된 한·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북·중 관계를 ‘혈맹관계’라고 정의를 내림으로써 아태지역에서의 세력균형이 재확인되었다.

아태지역 세력균형의 중요한 축으로서 한·미 동맹은 한국에 가치가 있음과 동시에 미국에도 가치가 있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법적 문서인 ‘한·미 상호방위 조약’에도 한·미동맹은 ‘상호적(mutual)'이라고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한국과 미국은 동맹관계에 있어서 상호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이루어야 하는 것이다.

한·미 동맹의 이익 균형은 단순히 외교안보 측면에서 계산되는 것이 아니다. 경제, 통상, 문화, 사회, 민주주의 시장경제 등 매우 다양하고 복합적인 측면에서 계산되어야 한다. 문정인 통일외교안보 특보가 6월 19일 워싱턴에서 “사드 배치 문제로 한·미 동맹이 깨지면 그것도 동맹이냐”라고 발언한 것도 바로 이를 의미하는 것이다.


물론 한·미 동맹은 군사적 측면이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겠지만 정권의 성격에 따라서는 다른 측면을 더 크게 고려할 수도 있다. 최근 방한하여 6월 21일 문 대통령을 예방한 리처드 하스 미 외교협회 회장이 국내 모 일간지에 기고한 글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의 집권으로 한·미 동맹의 성격이 달라졌다”고 하였는데, 그 뜻은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안보라는 추상적인 분야보다 경제·통상이라는 구체적인 분야에서 미국의 이익을 더 크게 고려할 것이라는 뜻이다.

실제로 지난 6월 30일 트럼프 대통령은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이 방위비를 더 부담하고 한·미 FTA를 수정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다. 한·미 동맹의 이익 균형점이 시간이 지나면서 미국에 불리하게 형성되어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우리 측은 동맹의 현상유지를 추구하였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의 가치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이익의 균형점을 옮기려고 한 것이다.

양국 간의 이익의 균형점은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협상을 통하여 결정된다. 한·미 간에는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로드맵 작성에서부터 사드 배치 문제, 방위비 분담 문제, 전작권 이양 문제, FTA 등 경제통상 문제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협상 의제가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 간의 협상에서 결코 잊어서 안 되는 것은 국가 간 협상은 단순히 정부 협상대표자들만의 협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협상학의 고전인 Putnam의 ‘Two Level Games' 이론에 의하면, 협상대표자는 자신들의 배후에 있는 국민들의 목소리와 요구를 잘 청취하고 이를 협상에 잘 반영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즉, 일차적으로 협상대표와 국민 간의 균형(Level One)을 이루어야 하고 그 다음에 상대국과의 균형(Level Two)을 이루게 된다.

이 과정에서 한 가지 역설은 우리가 단합하여 한목소리로 한·미 동맹 예찬을 하게 되면 협상에서 불리하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이 한·미동맹에 대하여 시끄럽게 할수록 협상 대표 간의 협상에서 우리가 유리해진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는 반미가 한국 사회의 대세가 되어 사드 배치를 철회하는 막다른 골목으로 가지 않도록 통제하면서 이를 협상에 잘 활용해야 한다. 자주파가 한·미 동맹에 기여하는 것은 여기까지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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