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증시에서 중국계 상장사 주식을 산 투자자가 망연자실하고 있다. 주가 하락률이 올해 들어 평균 25%에 맞먹는다. 가뜩이나 한·중 관계가 사드 문제로 악화일로에 놓인 마당에 일부 회사는 회계감사마저 말썽을 일으키고 있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속한 14개 중국계 상장사 주가는 연초부터 이날까지 평균 24.70% 하락했다.
종목별로 부동산임대업체인 골든센츄리가 같은 기간 42.46% 내려 가장 큰 낙폭을 보였다. 제지업체인 차이나하오란도 40.82% 빠져 나란히 40%대 하락률을 기록했다.
이어 글로벌에스엠(-37.66%)과 이스트아시아홀딩스(-36.6%), 씨케이에이치(-36.05%) 순으로 많이 내렸다.
중국원양자원은 회계감사에서 거절 의견을 받아 3월 말 주식거래를 정지당하기도 했다. 완리 역시 현재 주식을 거래할 수 없는 상태다.
이에 비해 차이나그레이트 주가는 올해 1.89% 하락하는 데 그치면서 보합 수준을 지키고 있다. 중국계 기업에 대한 평가절하를 일컫는 '차이나 디스카운트' 심화에도 불구하고 타격을 거의 피했다. 상대적으로 우량한 실적, 친주주 행보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이런 곳은 많지 않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더 나빠지고 있다. 아예 투자심리가 좋아질 때까지 상장을 연기하는 곳도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로 올해 상장을 추진했던 그린소스인터내셔널은 두 달쯤 전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오는 10일 상장할 예정인 컬러레이홀딩스는 공모에서 흥행에 실패했다. 최근 실시한 일반인 대상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0.73대 1로 미달 사태를 빚었다.
우리 정부가 최근 사드 발사대를 확대하는 바람에 투자심리는 더욱 악화되고 있다.
박인금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이 추가적인 비자 발행 규제와 통관 강화, 민간교류 제한에 나설 것"이라며 "중국계 자본도 우리 증시에서 발을 빼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한‧중관계가 해빙 무드에 접어들기 전까지 주가는 회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중국계 상장사에 대한 전망 자체를 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갈등이 해결되기 전까지 보수적으로 접근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는 조언도 있다. 실제 차이나그레이트처럼 올해 들어 주가가 거의 빠지지 않은 곳도 있다는 얘기다.
한 중국계 상장사 관계자는 "문제를 낸 기업은 이미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았다"며 "양호한 실적을 믿고 투자한다면 차별화된 수익을 기대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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