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냥하고 동글동글한 모습에 꼬리 끝엔 숱이 있으며, 큰 눈과 작은 귀 그리고 귀여운 몸매가 매력적인 트롤(북유럽 신화 등에 등장하는 상상 속 괴물), '무민'(Moomin)이 한국에 찾아온다.
무민은 핀란드의 국민 작가이자 화가인 토베 얀손(Tove Marika Jansson, 1914~2001)이 1945년 직접 글을 쓰고 삽화를 그린 소설책 '무민 가족과 대홍수'에서 처음 등장한 캐릭터로, 관련 시리즈가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등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다. 무민은 '무민파파', '무민마마', '스노크메이든', '스너프킨' 등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핀란드의 골짜기에 살며 다양한 모험을 즐기고, 각각의 에피소드 속에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함께 살아가는 공존과 존중의 가치를 배운다.
예술의전당(사장 고학찬)은 오는 9월 2일부터 11월 26일까지 한가람디자인미술관에서 얀손이 직접 그린 원화와 무민 저작권사가 소장한 미공개 작품 350여 점을 선보이는 '무민원화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핀란드 독립 100주년을 맞이해 열리는 것으로, 국내 첫 전시라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전시는 총 7개의 섹션으로 구성되며, 원화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공간을 주축으로 관람객이 작품을 직접 체험하는 참여형 공간도 함께 마련된다. 캐릭터가 생소한 이들도 무민의 탄생 배경을 비롯해 무민이 등장하는 소설, 그림책, 삽화, 달력, 영상 등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친숙해질 수 있게 했다. 특히 소설 속 한 장면처럼 연출된 무민 영상관과 국내에 출간된 도서와 멀티미디어 체험 프로그램을 한자리에 모아놓은 무민 라이브러리는 무민이 '과거'의 캐릭터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이라는 것을 체감하게 해준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무민 원화는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무민캐릭터스, 헬싱키시립미술관, 헬싱키연극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던 작품들로 무민의 저작권자 소피아 얀손, 핀란드 탐페레무민박물관 큐레이터 니나 라띠넨, 쿠리어(courier·작품안전관리원) 린다 엘리자베스, 노루페인트색채연구소 등이 함께 큐레이션에 참여함으로써 전시의 완성도가 한껏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시의 주인공인 물론 무민이지만, 그것을 탄생시킨 얀손의 예술세계와 삶도 그에 못지않게 주목할 만하다.
스웨덴계 핀란드인이었던 얀손은 글을 쓰고 동시에 직접 그림도 그렸던 다재 다능한 예술가였다. 그는 무민 소설 외에도 12개의 소설과 단편집을 집필했으며 일반 산문, 동화, 모험담, 판타지, 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다뤘다. 탁월한 스토리텔링 능력과 감수성 넘치는 그림을 선보였던 그는 1966년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어워드, 1975년 오더 오브 더 스마일(Order of the Smile), 1976년 프로 핀란디아 핀란드 국민 훈장 등 다양한 상을 수상했다.
노루페인트가 전시를 후원하는 것도 이색적이다. 노루페인트 측은 "무민이 가지고 있는 가족적이고 자연친화적인 이미지가 전통적이고 친환경적인 기업 문화를 추구하는 그룹 가치관과 부합한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세계적인 캐릭터 무민의 가족적이고 친환경 이미지를 소개하고 고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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