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대우건설과 KDB생명 등 산업은행이 팔아야 할 매물이 많다는 데 있다. 두곳은 회계 및 CEO 리스크를 겪거나 수 차례 시도한 매각이 번번히 실패로 돌아가면서 악성 매물로 여겨진다. 특히 KDB생명은 구조조정까지 겹쳐 더욱 곤란한 상황이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 내정자는 구조조정 현안을 빨리 해소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는 시장 상황이 따라줘야 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구조조정이라고 볼 수 있는 매각이 이 내정자의 바람대로 진행된다면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며 "일단 금호타이어부터 매듭을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산업은행은 KDB밸류제6호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통해 대우건설 보통주 2억1100만주(지분율 50.75%)를 보유하고 있다. 주식은 2011년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던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부터 사들였다. 대우건설 매각은 이 주식을 파는 것이다.
최종 매각은 예비입찰과 본입찰,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등의 과정을 고려하면 내년 초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KDB생명은 2014년 이후 지난해 세 번째 매각을 시도했으나 성사되지 못했다. 가격 차이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당시 이동걸 전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건설도 함께) 매물로서의 가치를 높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재 KDB생명은 노사 갈등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이또한 이동걸 내정자가 풀어야할 숙제다.
아울러 매각 작업이 본격화해도 지역색이나 눈치보기로 인해 매각이 원만하지 않을 것으로 채권은행들은 내다봤다. 해외 자본이 인수전에 뛰어드는 게 이상하지 않다는 반응이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금호타이어만 해도 국내 대기업 중에 인수 후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곳들이 여럿 있다"며 "하지만 워낙 호남지역 성격이 강해 결국 박 회장으로 귀결된다"고 말했다.
대우건설이나 KDB생명은 지역색이 상대적으로 덜할 수 있지만, 해외 자본의 유입을 배제할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또 과거 경험이나 규모, 미래 가치 측면에서 해외 자본이 더 좋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다른 채권은행 관계자는 "시험대에 오른 이동걸 내정자가 채권단을 얼마나 잘 이끌어 매각을 성사시킬 지 관심이 모아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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