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이병헌X김윤석 '남한산성' 가장 차갑고 또 뜨겁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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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송희 기자
입력 2017-09-3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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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남한산성'의 스틸컷 중, 김윤석과 이병헌[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고립무원의 남한산성. 역사상 가장 치열했고 또한 처절했던 47일간의 이야기가 스크린에 담겼다. 정제된 문장으로 전달되는 이야기들은 이상하게도 불을 삼킨 듯 뜨겁기만 하다. 영화 ‘남한산성’(감독 황동혁)의 이야기다.

1636년 인조 14년 병자호란. 청의 대군이 공격해오자 임금과 조정은 적을 피해 남한산성으로 숨어든다. 일촉즉발의 상황 속 이조판서 최명길은 “순간의 치욕을 견디고 나라와 백성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하고, 예조판서 김상헌은 “청의 치욕에 맞서 끝까지 싸우며 대의를 지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조의 번민은 깊어만 가고 청은 더욱더 무리한 요구와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다. 나아갈 곳도, 물러설 곳도 없는 남한산성은 추위와 굶주림, 두려움으로 물들어간다.

영화 ‘남한산성’은 전작 ‘도가니’, ‘수상한 그녀’로 대중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황동혁 감독의 신작이다. 2007년 출간한 이래 70만 부를 판매한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처절하고 치열했던 그 시대를 스크린에 녹여냈다.

영화 전반에는 원작 소설이 가진 건조하고 버석한 분위기가 흐른다. 거기에 최명길과 김상헌의 날 선 논쟁들은 훼손 없이 고스란히 영화에 담겨있다. 최대한 원작의 분위기를 살리고자 했던 황 감독은 정공법으로 작품을 끌어가며 정제와 절제의 미학을 신마다 녹여냈다. 건조하고 정제된 서술에도 불구 뜨겁고 치열하게 표현할 수 있음을 황 감독은 영화 ‘남한산성’을 통해 증명해냈다.

영화는 기존 사극들과 궤를 달리한다. 그리고 이는 ‘남한산성’만의 특별한 지점이기도 하다. 기존 사극들이 즐겨온 영웅에 관한 이야기나 뜨거운 주장, 퓨전을 가미해 재미를 더하지도 않았다. 냉정하고 담담하게 시대와 인물을 그려내고자 했고 긴 호흡을 통해 ‘치욕의 역사’를 담아냈다. 그야말로 처절하고 치열한 그 날의 기억들을 기록하며 보는 이로 하여금 숨을 죽이게 만든다.

다행스럽게도 최근 역사를 소재로 한 영화들 사이에 불거졌던 역사 왜곡이나 미화 등은 이뤄지지 않는다. 최악의 왕으로 꼽히는 인조에 대한 묘사는 정사에 가깝다. 무능한 왕을 담되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선 인조의 갈등을 인간적으로 표현했다. 이를 가능하게 했던 것은 배우 박해일의 힘 또한 컸다.

관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부분인 이병헌과 김윤석의 대립 연기는 뜨겁고 매력적이다. 두 배우로 하여금 주화론자 최명길과 척화론자 김상헌이 생기를 얻어 살아있는 인물로 표현됐다. 영화가 ‘말의 전쟁’에 초점을 맞췄듯 두 인물로 하여금 그려지는 뜨겁고 또한 차가운 전쟁이 인상 깊다.

혹한의 추위를 그대로 담아낸 영상 또한 아름답다. ‘달콤한 인생’, ‘밀정’ 등 영화의 색감과 캐릭터의 특성을 살린 강렬한 촬영 스타일로 호평을 얻은 김지용 촬영감독은 그 시대의 남한산성을 실감 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 간결하고 담백한 원테이크 촬영으로 컷을 최소화해 배우들의 열연을 담아냈고 야외 공간 및 오픈 세트에서 촬영을 진행, 잔혹하고 고통스러운 풍경을 포착해냈다.

또한 영화를 관통하는 음악 역시 뛰어나다. 영화 ‘마지막 황제’,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 등의 음악을 맡았던 세계적인 음악 감독 류이치 사카모토의 작품으로 한국 전통 음악과 현대 서양의 교향음악을 결합해 묵직한 감동과 공감을 전달한다. 오는 3일 개봉이며 러닝타임은 139분 관람등급은 15세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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