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이들 역시 자동차 분야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한·미 FTA 개정협상이 어떤 방향으로 진행될지 관심이 쏠린다.
미국의 무역정책을 관장하는 하원 세입위원회(House Ways and Means Committee) 무역소위원회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 DC에서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의 무역관계를 확대하기 위한 기회'를 주제로 공청회를 열었다.
무역소위는 농수산업, 서비스, 제조업 등 5개 분야 증인을 불러 한·미 FTA를 비롯한 아태지역 무역상황에 대한 토론을 진행했다.
데이브 라이커트 무역소위원장은 "한·미 FTA가 양국 모두에 큰 성공이라고 확신한다"며 "발효 5년밖에 되지 않았고, 농산품 등에 대한 관세 양허가 단계적으로 진행돼 미래에 더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동시에 특정 부분에 대한 한국의 이행 수준은 매우 실망스럽다"며 "이 문제를 해결하고 양국에 한·미 FTA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한·미 FTA 공동위원회 구조를 활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빌 파스크렐 하원의원은 "한·미 FTA는 결함이 있고 한국시장 진출을 원하는 미국 기업, 특히 자동차 업체를 위해 개선할 여지가 있다"면서도 "한국은 귀중한 무역 파트너로 한국과의 관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증인으로 출석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관계자는 "아태지역에서 우리의 경제·정치적 이해관계에 매우 해로울 것"이라며 한·미 FTA 폐기에 반대했다.
이 관계자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한·미 FTA 폐기가 "미국의 신뢰성에 심각한 타격을 입혀 무역뿐 아니라 다른 중요한 정치·안보 문제를 다룰 때 다른 국가들에 우리를 따르라고 설득하기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전미쇠고기협회 관계자는 "우리는 한·미 FTA 폐기로 얻을 게 전혀 없다"며 "한·미 FTA 폐기 시 한국은 의심의 여지 없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40% 관세를 다시 부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나 한·미 FTA에 대한 부정적인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미국 제조업연합회(AAM) 스콧 폴 회장은 "한·미 FTA로 일자리 7만개를 만들고 수출이 100억~110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는 약속과 달리, 한국과의 무역적자가 151억 달러 늘었고 그 결과 일자리 9만5000개 이상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진출하려는 자동차 업체들이 수많은 비관세 장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 시장을 더 개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증인들이 발표를 마치자 론 카인드 하원의원이 한·미 FTA 폐기에 찬성하는 증인이 있느냐고 물었지만 한명도 손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는 '한·미 FTA 폐기'를 반대하는 것이 기본적 입장이지만 가능성까지 닫아 놓지는 않았다.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은 지난 13일 국정감사에서 "가급적 협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겠지만, 미국의 안이 굴욕적이어서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면 유지할 수 없다"며 "결과를 예단할 필요는 없지만 협상이 타결되지 않는 가능성도 포함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미 양국은 내달 초 트럼프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한국에서 통상장관회담을 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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