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우, 초선의 패기 "그래서 다스는 누구 겁니까"
국정감사는 존재감을 확실히 부각시킬 수 있는 무대라는 점에서 초선 의원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한다. 튼실한 정책과 송곳질의로 무장된 인물이라면, 선수(選數)는 중요치 않다.
이번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그 점을 여실히 증명한 이가 바로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다. 김 의원은 지난 24일 수출입은행을 대상으로 한 기재위 국감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실소유 의혹이 일고 있는 자동차 부품회사 다스(DAS)를 파고들었다.
2009년 전반까지 60억원 수준이던 (다스의) 수은 대출은 2014년 545억원까지 늘었다. 2000년 16억원, 2004년 60억원의 담보대출을 받다가 이명박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150억원의 신용대출을 받으며 급격히 대출 규모가 커졌다. 김 의원은 특히 2004년과 2009년 대출 금리가 모두 4%였던 점을 들어, "담보와 신용에 따라 대출 리스크가 다른데 이자율이 같은 것에 대한 사실 규명이 필요하다"며 특혜성 지원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앞서 기재부를 대상으로 한 지난 20일 기재위 국감에서도 그는 문재인 정부의 법인세 인상 방침에 반발하는 야당을 향해, 기업소득 증가에 따른 낙수효과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국민총소득(GNI) 대비 기업 소득 비율이 2008년 18.6%에서 20%로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GNI 대비 가계 소득 비율은 57.7%에서 56.9%로 감소한 것을 예로 들었다. 법인세 부담을 지적하는 야당을 향해 "기업이 많이 벌어서 그렇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추경호, 숫자로 무장한 '반박불가' 경제통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경제통'으로 통하는 추경호 의원도 국감에서 두각을 드러낸 인물로 꼽힌다. 기재부 차관 출신인 그는 30년간 몸담았던 직장을 대상으로 여과 없는 쓴소리와 세밀한 분석으로 눈길을 끌었다. 특히 각종 통계자료를 활용해 '팩트'에 근거한 반박으로 피감기관의 입을 다물게 한 점이 돋보였다.
추 의원은 지난 16일 기재위 국감에서 최악의 취업자 수를 발표한 통계청의 '8월 고용동향'에 대한 일자리위원회의 해석이 틀렸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8월 취업자 수 증가폭은 전년 동월 대비 21만명에 그쳐 4년 반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대통령 직속 일자리위원회는 임시일용직 감소 및 잦은 강수 등 기상여건을 그 근거로 들었다.
이에 대해 추 의원은 통계청 자료를 활용해 취업자 수 감소 인원 대부분이 숙박 및 음식업, 전문기술서비스업 등 기상여건과 먼 직종에서 발생했음을 지적했고, 건설업 취업자는 오히려 늘었음을 수치로 제시했다. 이에 황수경 통계청장은 "의원님 지적이 맞다"고 인정했고, 추 의원은 "어떻게 하늘 탓을 하면서 일자리를 고민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손금주, 차분한 말투 속 송곳질의
고성과 막말은 언제부터인가 국감에서 빠지지 않는 고질적인 문제가 됐다. 피감기관에 대한 호통과 이로 인한 여야 공방은 올해 국감에서도 여전한 모습이었지만, 이러한 환경에서도 조용한 말투로 핵심을 찌르는 이가 있었다. 손금주 국민의당 의원이 그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이하 산업위) 국감장은 신고리 5·6호기 중단 여부와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둘러싸고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한 곳이었다. 손 의원은 지난 24일 정부의 신규원전 백지화 방침에 대해 "신한울 3·4호기와 천지 1·2호기의 건설 중단으로 투입된 8930억원이 무용지물이 된다"고 지적했다. 신고리 원전 건설의 일시중단에 따른 매몰비용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경제적 피해를 우려한 발언이다.
이밖에도 한국가스공사가 이라크에 4000억원 가량을 투자했으나 투자금을 한 푼도 회수하지 못한 점, 한국석유공사의 부채비율이 공공기관 50여곳 중 가장 심각하다는 점 등 공기업의 재정 악화를 낱낱이 파헤치고 있다. 나아가 방만경영에 대한 질타도 덧붙이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는 평가를 받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