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남궁진웅 기자, timeid@ajunews.com]
은행들이 주택 실수요자 대출 확대에 나섰다.
정부의 연이은 가계부채 대책으로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주수입원이던 대출이자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이 최근 아파트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주택 대출에 드라이브를 거는 이유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지금까지 주택담보대출(주담대)에서 소외됐던 단독·연립주택에 대한 시세 산정 작업을 다시 진행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파트 거래 위주였던 상황에서 다세대주택자의 대출길이 막히자 실수요자가 많이 찾는 주택의 시세 파악에 나선 것"이라며 "정부 규제로 대출 시장 규모가 줄었지만 어떻게 해서든 대출을 확대해 보겠다는 의지다"고 말했다 .
실제로 신DTI(총부채상환비율)는 주담대를 보유한 차주에 대한 대출액 산정 방식을 개편한 것이기 때문에 은행권의 대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다. 금감원 역시 이번 규제로 인해 주담대 증가율이 2% 넘게 둔화될 것으로 추정했다.
상황이 이렇자, 시중은행들은 돌파구 마련에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가장 적극적이다.
국민은행은 30여년간 쌓아온 부동산 정보를 무기로 내세웠다. KB부동산은 '리브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부동산 매물정보부터 대출까지 비대면으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은행은 부동산 중개업자에게 리브온 플랫폼을 무료로 개방해 매물을 무제한으로 올릴 수 있게 했다. 그 흔한 광고조차 없다. 앱 자체로만 봐서는 수익성 제로인 셈이다.
허인 국민은행장 내정자는 지난 24일 리브온 론칭 행사에서 "국민은행이 개인금융 중 가장 잘하는 게 부동산 금융"이라며 "트렌드에 맞게 전달하기 위해 리브온을 출시한 것이지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려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권에서는 국민은행이 대출 영업 수단으로 리브온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국민은행이 부동산업계와의 상생을 표방하며 리브온에 무료로 매물을 올릴 수 있게 했지만 진짜 목적은 리브온에서 매물을 본 사람들을 대출로 연결시키려는 것"며 "리브온이 대출영업을 위한 하나의 도구인 셈"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국민은행은 KB부동산시세에 아파트 중심으로 이뤄진 주담대를 단독 및 연립주택 등으로 확대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주택의 담보가치 평가를 위한 가격가치 평가모델도 개발 중이다.
신한은행도 신한금융그룹의 핀테크 스타트업 육성업체인 케이앤컴퍼니와 토지정보, 건물정보, 부동산 가격정보 등의 공공데이터를 기반으로 시세산정 프로그램을 구축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립·다세대 주택의 시세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현재 대부분 시중은행들은 주담대를 진행할 때 KB부동산시세를 활용하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올해 말 이 프로그램이 개발되면 자체 시스템을 이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은행들이 주택에 눈을 돌리는 건 아파트 대출 확대에 제동이 걸렸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주택에 대해서 아파트보다 높은 금리와 낮은 대출한도를 제공해왔다. 아파트보다 수요가 낮아 거래가 적었기 때문이다. 빌라 등 주택을 담보로 주담대를 받으려면 감정원에 의뢰해 3~4일 후에나 결과를 받아볼 수 있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주택의 경우, 시세와 무관하게 대출가능액의 10~20% 정도 대출한도를 줄여왔던 게 사실"이라며 "정부 대책으로 빌라 등 주택에 대한 수요가 늘 것으로 전망돼 정확한 시세 파악을 기반으로 대출 규모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이 맞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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