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욕속부달'(欲速不達, 급히 서두르면 도리어 이르지 못한다. '논어'), '서진자소환'(徐進者少患, 차분히 하면 근심이 적다. '신당서') 등 조급증을 경계하는 말이 많았다. 박태상은 이를 행동으로 옮기는 데 최선을 다했다.
삶의 속도조절은 특정인이나 특정 분야에 한하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필요하다. 지금 세상은 모든 것이 질주한다. 예전 세상은 그래도 자연 속도에 가까웠고, 사람 욕심만 급했다. 그러나 요즘은 모든 물상이 거의 광속도로 내닫고, 사람 마음은 그보다 더 조급하다.
이를 완화하자는 뜻에서 슬로 푸드, 슬로 시티 운동이 1980년대부터 세계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근년에 미국 저널리스트 피터 로퍼가 자신의 저서 ‘슬로 뉴스'(생각과 사람들 출판사)에서 주창한 슬로 뉴스 운동도 같은 개념이다.
영화 ‘스포트라이트’(토머스 매카시 감독)는 그런 점에서 뉴스 소비자에게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보스턴글로브가 수년에 걸쳐 가톨릭 보스턴교구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을 취재하고 보도한 실화를 영화화한 것인데, 왜 뉴스를 천천히 소화해야 하는지 담담하면서도 날카롭게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언론 지식도 상당히 갖출 수 있다.
국내외 정치상황은 물론 각종 사건사고 뒷면은 언론의 노력만큼 잘 드러나지 않는다. 보도를 막으려는 관련자들의 저항과 왜곡이 늘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짜뉴스까지 계획적으로 제작·유포되는 세상이다.
이런 판국에 성급하게 언론기사를 확신하고, 마치 자신이 직접 보고 들은 것처럼 장담하며 왈가왈부하는 사람들을 많이 본다. 거기에 희망사항까지 덧붙여 사실인 것처럼 주장한다. 이는 실속 없는 에너지 낭비로, 자신의 무지와 경솔만 드러내는 꼴이다. 그 손해는 고스란히 뉴스 소비자인 우리들에게 돌아온다.
한 발짝 물러서서 찬찬히 보는 여유가 그래서 필요하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