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9시35분께 국회 본청 2층 출입구를 통해 입장해 곧바로 사전 환담 장소인 접견실로 이동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식 때 입은 정장에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평창 동계올림픽 D-100일을 맞아 성공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올림픽 공식 배지도 착용했다.
9시40분부터 약 20분간 비공개로 진행된 사전 환담에는 정세균 국회의장과 5당 대표·원내대표가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정 의장은 문 대통령에게 “어제 한·중 관계의 물꼬를 트신 것과 코스피(KOSPI) 사상 최고치 기록이라는 빅뉴스 두 가지를 가지고 오셨다”라면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빈 방문으로 오시고 국회에서도 연설을 하게 돼 있는데, 지혜롭게 대처하고 국가 위기 극복의 계기가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경제 지표가 좋아지고 있지만 고용상황은 여전히 좋지 않다. 오늘 제출된 예산안에 대해 여야가 지혜를 모아주시길 부탁드린다”면서 “특히 오늘 홍준표 한국당 대표께서도 함께 해 주셔서 감사드린다”고 전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발표된 한·중 관계 개선 합의문에 감사를 전했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개헌과 선거제도 개혁을 강조했다. 또 주호영 바른정당 대표권한대행은 예산안을,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복지 증세를 각각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홍준표 한국당 대표는 환담이 끝나고 난 뒤,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절 답하지 않고 국회를 떠났다.
환담 후, 문 대통령은 본회의장에 입장하며 여당 의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문 대통령이 입장하자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맞이했으나 한국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장악 음모 밝혀라’, ‘北 나포 어선 7일간 행적 밝혀라’, ‘북핵 규탄 UN 결의안 기권 밝혀라’라고 적힌 3개의 현수막을 펼쳤다. 또 모니터에는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고 적힌 A4 종이를 붙였다. 국민의당·바른정당 의원들도 일어서지 않았다.
앞서 한국당은 이날 오전 9시께 의원총회를 열고, 본회의에 참석해 문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듣되 제1야당으로서 단호한 정치적 의사 표현을 하겠다고 뜻을 모은 바 있다. 이를 위해 한국당 의원들은 대부분 검은색 양복 차림에 왼쪽 가슴에는 ‘공영방송’이라고 쓰인 근조 리본을 달았다.
곧이어 시작된 연설에서 문 대통령은 원고를 보지 않고, 의원들과 일일이 눈을 마주치며 2018 예산안에 대해 설명했다. 약 30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22번의 박수가 나왔지만 한국당·국민의당·바른정당은 손뼉을 치지 않았다. 연설 말미에 한국당 의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정 의장이 손을 흔들며 일어나지 말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했다. 10시40분께 연설이 끝나자 문 대통령은 한국당 의원들이 앉은 쪽으로 직접 가서 악수를 하며 퇴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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