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삼성전자 창립 48주년 기념행사가 열린 수원 ‘삼성 디지털 시티’. 권오현 부회장을 비롯한 사장단과 임직원 400여명이 자리를 빼곡히 채웠다.
올들어 매분기 사상최고 실적 경신 행진을 이어가고 있지만 이건희 회장, 이재용 부회장 등 총수의 부재 속에서 권 부회장 역시 사의를 표명한 탓에 시종일관 무거운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실제 이날 행사에는 호실적에 대한 감사와 어려운 경영환경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함께 나왔다.
권 부회장은 창립기념사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리 회사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한 것은 임직원 여러분의 노력의 결실"이라면서 임직원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그러나 권 부회장의 말은 이내 총수 부재 등 어려운 경영 환경에 대한 걱정과 우려로 바뀌었다.
그는 "1위를 달성한 지금이 위기의 시작점일지도 모른다”고 강조했다. 특히 반도체를 제외한 일부 사업의 성장 둔화, 신성장동력 확보 지연 등 많은 불안요소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과거 수많은 1위 기업들이 현실에 안주하며 한 순간에 무너졌다"며 "우리도 사업 재편, 경영 시스템 변화 등 해결해야 할 구조적 문제가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또 “다가올 10년은 사회 및 인구구조, 기술혁신 등에서 엄청난 변화가 예상된다"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으로 산업은 급변하고 경쟁은 치열해질 것이며 고객의 요구도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같은 권 부회장의 걱정과 우려는 아무리 '1등 삼성'일지라도 기존의 방식만으로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기존처럼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과감한 도전과 기술 혁신, 경영체질 개선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그동안 권 부회장은 ‘1등 삼성’을 실현하는 데 있어 늘 선두에 섰다. 낸드플레시 등 메모리 반도체,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스마트카드IC, MP3플레이어용 시스템온칩(SoC), 내비게이션 어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CMOS이미지센서(CIS) 등 시스템LSI(비메모리 반도체)는 물론 스마트폰용 모바일AP도 세계 1위로 키워냈다.
디스플레이 패널 사업에서도 액정화면(LCD)의 뒤를 잇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중소형 OLED 패널 세계시장 점유율이 무려 95%에 달할 만큼 압도적 지위를 자랑한다.
이를 바탕으로 삼성전자는 24년 만에 미국 인텔을 제치고 올해 매출 기준 전 세계 반도체 업계 1위, 전 세계 IT 기업 1위에 등극했다.
권 부회장은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활성화되도록 열린 마음으로 수평적 자세를 갖고 외부와도 적극적으로 소통하길 바란다”며 “다시 한번 초심을 되짚어보고 맡은 바 최선을 다해주기를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달 31일 이사회에서 3개 사업부문의 대표를 한꺼번에 교체하는 파격적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부문장에 김기남(DS)ㆍ김현석(CE)ㆍ고동진(IM) 사장을 선임했지만 체제 안정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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