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대형 약국 체인과 최대 규모의 보험회사가 올해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 제약업계의 새로운 모델 창출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최대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닷컴에 대한 의약계의 견제가 이번 M&A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미 경제전문매체 쿼츠,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의 3일(이하 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미국의 대형 약국체인 CVS 헬스는 대규모 건강보험회사 애트나(Aetna)를 690억 달러(약 75조1893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올해 들어 추진된 미국 내 인수 규모 가운데 최고액이다. 지금까지는 아마존의 미 최대 유기농 식품체인 홀푸드 인수액(137억 달러)이 가장 컸다.
애트나 이사회는 이날 주당 207달러에 매각하는 조건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양사의 M&A설이 불거졌던 10월 초에 제시됐던 매각 조건보다 약 30% 높아진 것이다. 합병이 완료되는 시기는 2018년 하반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인수는 일단 규모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지만 제약업계 신모델 창출 가능성으로도 주목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현지 언론은 이번 인수를 계기로 △약국이나 이동 진료소에서 기본 케어와 의료 후속 조치 가능 △애트나 가입자를 기반으로 한 CVS 계열사 고객 확충 △약국과 의료보험의 통합으로 제약 회사에 대한 가격 협상력 제고 등의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아마존의 의료시장 진출을 앞두고 견제하기 위해 높은 비용 부담에도 불구하고 이번 M&A를 추진했을 것이라는 분석에 주목하고 있다. 미 공화당이 감세를 골자로 한 세제개혁을 추진하는 가운데 제약·의료업계가 저소득층에 대한 메디케어(노인의료보험) 축소 가능성 등에 대비하는 상황에서 아마존 등 경쟁상대를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게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의 설명이다.
특히 당초 전자상거래에 집중했던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비롯해 여행과 의류, 유기농 식품 유통 등 오프라인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면서 관련 업계 주식이 추락할 정도로 작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도 기존 의약계의 경쟁심을 부추겼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아마존은 최근 처방전이 필요한 전문의약품의 온라인 판매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CNBC 등이 전했다. 최근에는 미국 내 12개 주에서 약국 면허를 취득하는 등 의료사업 진출을 다각도로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의약품 도매 또는 온라인 판매가 가능해진 것으로 자체 의료 기기 개발 가능성에도 무게가 실리고 있다.
NYT는 이날 보도를 통해 "일부 M&A합병 전문가와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는 CVS와 애트사 모두 메디케어 수혜자에게 처방전을 제공하는 주요 업체인 만큼 경쟁 완화를 우려한 연방독점규제 당국자들이 이번 거래에 제한을 가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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