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도발로 인해 한반도를 둘러싼 긴장이 높아지는 가운데, 유엔 최고위급인 제프리 펠트먼 정무담당 사무차장이 처음으로 북한을 방문한다고 ABC, CBS 등 외신이 4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리용호 북한 외무상 등 북한 고위급과의 만남이 예정돼 있어 유엔이 북·미 갈등의 중재 역할을 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다양한 정책에 대한 정치적 대화를 위해 펠트먼 사무차장이 5일부터 나흘간 북한을 방북한다"며 "리용호 외무상과 박명국 외무성 부상 등을 만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과의 면담 여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방북은 지난 9월 유엔 총회 기간 북한 측의 요청에 따른 것으로, 지난 주말 최종 확정된 것으로 보인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방북에 앞서 현재 중국 베이징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5'형 발사 이후 미국의 추가 제재 예고 등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펠트먼 사무차장의 이번 방북이 북핵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북·미 간 중재 역할을 할지 주목된다.
실제로 펠트먼 사무차장은 이번 방북 기간 북한 고위급 관리들과의 회담을 통해 유엔의 인도적 지원 활동에 대한 논의뿐만 아니라 핵·미사일 도발 중단을 제의할 것으로 보인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이 평소 북한 핵·미사일 위기와 관련,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해온 만큼 이번 방북이 북한을 대화 테이블로 끌어내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방북 논의가 이뤄질지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펠트먼 사무차장은 이번 방북 기간 동안 북한 현지에 파견된 유엔 관계자, 제3국 외교단과 만나는 등 유엔 프로젝트 현장도 방문할 계획이다.
유엔의 고위급 관계자가 북한을 방문하는 것은 지난 2010년 2월 당시 린 파스코 유엔 사무국 정무담당 사무차장, 2011년 10월 유엔 인도주의 업무조정국(OHCA) 발레리 아모스 국장의 방북 이후 6년 여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도 재임 시절인 2015년 5월 개성공단 방문을 준비했으나 북한의 허가 철회로 방북이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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