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이 7일 국회를 방문해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박 회장은 최저임금의 개선과 근로시간 단축 연착륙 관련 법안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 “국회가 평행선을 달리고 아무 것도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그 책임 또한 무거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박 회장이 국회를 찾은 것은 올해 들어 다섯 번째다.
박 회장은 이날 국회에서 홍영표 환경노동위원장과 환노위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 간사인 한정애·김삼화 의원을 만나 “국회가, 의원들이 기업의 절박한 사정을 외면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답답한 마음에 국회를 찾아왔다”고 격정을 토로했다. 자유한국당 간사인 임이자 의원은 일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박 회장은 홍 위원장 등에게 “최저임금 인상 적용이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근로시간 단축은 조만간 대법원에서 판결이 난다”며 “(그런데도 재계의 요구인) 최저임금 개선 입법 의지는 보이지 않는다. 근로시간 단축은 입법이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재계는 문재인 대통령의 핵심 정책인 근로시간 단축을 수용하면서도 기업 규모별로 단계적인 시행을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야는 지난달 28일 휴일수당을 둘러싼 갈등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담은 근로기준법 개정안 합의 처리에 실패했다. 또한 재계는 최저임금과 관련해선 산입 범위의 탄력적 조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추가 부담은 총 12조300억원이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정부의 공약대로 2020년 최저임금 1만원 시대의 막이 열리면, 올해(6470원) 대비 추가 인건비 부담이 81조원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도 최저임금은 올해 대비 16.4% 인상된 7530원이다.
박 회장은 “대한상의는 반대를 위한 반대는 하지 않았다”면서도 “정책 취지에 맞게 탄력적으로 해달라고 수차례 입법부에 호소드렸다. 입법이 조속히 되지 않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연내 입법 통과를 거듭 촉구했다.
이에 홍 위원장은 “최저임금이나 근로시간 단축 문제 등과 관련해 경제계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견해차가 해소될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면담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시급성이 있는 노동 현안의) 입법화가 되지 않는다면, 입법부에서 책임을 지셔야 한다”고 말한 뒤 “더는 기업들을 설득할 자신이 없을 것 같다”며 고개를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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