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엔 개성·평양·금강산·백두산 주목
남북경협 초기에 주목할 곳으로는 개성·평양·금강산·백두산이 꼽힌다.
25일 신한금융투자가 내놓은 남북경협 전망을 보면 1차 경협 프로젝트는 '개성공단·금강산 관광 재개'와 '서해평화특별협력지대 조성', '개성·평양 고속도로와 평양·남포 프로젝트', '백두산·개성관광 협력과 서울·백두산 직항로 개설'로 크게 나눌 수 있다.
후순위로 진행할 공산이 큰 신경제지도 구축보다는 접경지역에 먼저 주목하라는 것이다.
그는 "군사 접경지역을 평화 협력지대로 전환한다는 상징적인 의미와 경제적인 효과를 동시에 노릴 수 있다"며 "접경지역은 지리적인 이점도 있고, 개성지역을 선점한 우리 기업이 수혜를 누리기에도 좋다"고 전했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개성공단은 정치적인 안정성만 보장된다면 생산시설을 세우기에 가장 매력적인 곳"이라고 말했다.
◆특수은행 세워 원산 프로젝트 뒷받침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고향인 원산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삼성증권은 원산 프로젝트를 위해 특수은행인 '원산개발협력은행' 설립을 제안하기도 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북한투자전략팀장은 "원산을 랜드마크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실제로 북한은 체제 안정을 위해 원산 같은 경제특구를 중심으로 개혁·개방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원산은 금강산과 연계한 관광지 개발뿐 아니라 해상·항공 물류 중심지로도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그는 "원산을 개발하려면 전력과 항만, 철도, 물류 같은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우선적으로 진행돼야 한다"며 "이를 지원할 특수은행인 원산개발협력은행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원산개발협력은행을 설립할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우리 정부가 70%,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각각 15%를 출자하는 것이다. 주요국 정부개발원조(ODA)를 통해 추가적인 출자자를 모을 수도 있다. 삼성증권이 예상하는 최초 납입자본금은 3조~5조원이다.
유승민 팀장은 "원산개발협력은행과 국내 재무적 투자자(FI)가 출자하고, 은행이나 증권사는 추가 자금을 대출하는 형태로 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정부는 하이난 관광특구 개발에 16조4000억원가량을 썼다"며 "이를 감안하면 원산경제특구에 들어갈 초기 자본은 20조원 안팎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식시장선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저평가) 해소는 우리 경제뿐 아니라 주식시장에도 큰 호재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으로 평화체제가 무르익는 과정에서 우리 경제와 증시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인프라 투자로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가시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고 본다.
김윤서 연구원은 "남북경협을 통해 연간 5조원 규모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고 가정하면, GDP 성장률은 약 0.2% 포인트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북한 경제특구 개발은 우리 기업에도 생산을 확대할 기회다. 베트남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김 연구원은 "우리 기업이 베트남으로 생산기지를 본격적으로 옮긴 시점은 2011년"이라며 "베트남 GDP에서 우리나라가 차지하는 비중은 당시 10%에서 2017년 20%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북한은 아직 GDP가 168억 달러로, 베트남으로 치면 1994년과 비슷하다. 그는 "베트남은 해마다 두 자릿수 성장세를 유지해왔고, 5년마다 경제 규모를 2배로 키웠다"며 "북한도 이와 비슷한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코리아 프리미엄은 기업 이익이나 투자심리, 자산가치를 안정시켜 주가 할증 요인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도 이를 통해 5% 포인트가량 개선될 것으로 점쳐진다.
마주옥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요인으로는 지정학적인 위험뿐 아니라 낮은 배당수익률과 불투명한 지배구조도 꼽혀왔다"며 "이 가운데 지정학적인 위험만 완화돼도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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