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경제의 패러다임 전환에 발맞춰 공공기관의 쇄신이 요구된 상황에서, 호봉제 전면개편 여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가 올해 내 호봉제의 전면개편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이해관계자인 공공기관 노조가 부분보완을 주장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29일 강원도 원주 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공공기관 워크숍에서 “현행 호봉제 중심의 기본급 체계는 이해관계자 등의 의견수렴 과정을 충분히 거쳐 업무특성이나 직무가치 등에 맞도록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불합리한 사전규제는 줄이고, 성과에 대한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공공기관 관리체계를 전면 개편해 혁신을 지원해 갈 것”이라며 ”자율과 책임의 원칙하에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고 미래를 대비해가는 것이 공공기관 혁신방향“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달 초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김 부총리는 “지난해 1단계 공공부문 혁신을 하면서 평가 시스템을 혁신했으며, 올해 내 2단계 공공부문 혁신안을 만들 계획”이라면서 연내 호봉제 전면개편을 통한 혁신안 마련을 예고한 상태다.
정부가 호봉제 전면 개편을 추진하는 데는 공공기관의 방만경영 등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경영실적을 평가한 결과를 봐도 채용비리 여파로 낙제점을 받은 기관이 전년 대비 2배나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공공기관을 ‘철밥통’으로 여기는 이유가 바로 호봉제 때문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이에 따라 호봉제를 직무급제로 전환한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기존처럼 근속연수가 길다고 높은 임금을 받는 것이 아닌, 담당 업무의 어려움과 숙련도 등을 기준으로 임금을 책정한다는 것이다. 민간 기업의 연봉제처럼 개인별로 능력에 따라 급여를 다르게 책정한다는 얘기다.
그러나 올해 안에 호봉제를 폐지하는 등 전면개편에 나서기에는 난관도 만만치 않다. 직접적인 이해관계자인 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노조 측에서도 일부분 호봉제의 불합리한 측면에 대해 공감하는 분위기가 포착되지만, 상당부분 전면개편보다 부분적인 제도 보완에 힘을 싣는 분위기다. 직무급제로 전환해도, 특정 직무의 가치 평가에도 상당부분 객관성을 갖출지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정부의 성과연봉제가 문재인 정부 들어 백지화되면서 대안으로 직무급제가 급부상했지만, 노조 측과의 협상여부에 따라 호봉제 전면개편 또는 부분보완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기재부는 지난 27일 공공기관 보수체계 개편에 대한 공개토론회를 열었으며 오는 31일에는 노조와도 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호봉제 전면 개편에 대해서 당장 발표시일을 확정하기는 어려운 상황이고 연내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중"이라며 "전문가들의 조언과 함께 노조의 생각도 들어봐야 하기 때문에 곧바로 쉽게 풀어나갈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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