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정체상태에 놓인 북한 핵문제를 타개할 해법 중 하나로 ‘남북러 3각 협력과 ‘남북러미’ 4각 협력‘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가 제기됐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10일 발간한 ’한반도 평화번영과 남북러 3각협력‘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북미 간 핵 폐기 협상 정체상황을 타개할 방안으로 ‘넌-루가(CTR) 방식’을 변형한 남북러 3각협력 및 남북러미 4각협력 패키지안을 제시했다.
특히 이 보고서에서 제안된 방안은 북한 핵 문제 핵심 난제 중 하나인 북한 핵물질 및 핵탄두 등의 ‘프론트 로딩(비핵화의 초기 이행 조치로서 핵무기·핵물질·ICBM의 폐기나 반출)’과 대북 경제협력 해법을 연계한 것이다.
보고서는 지난 7월 헬싱키 미러 정상회담에서 군축과 핵무기 확산 이슈 등과 함께 한반도 문제가 논의된 사실을 언급하며, 북한 핵 해체 과정에서 필요 시 미국과 러시아가 협력하는 방안을 논의할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만일 북한 문제 관련 미국과 러시아 간의 합의가 이뤄진다면 넌-루가 방식을 원용한 북한판 넌-루가 계획 구상이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이 경우 북한 핵 해체와 연동된 대북 지원은 러시아와 미국 합의하에 북한 나선 지역에 러시아 기업들의 전기 및 에너지 공급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대표 편저자인 이재영 KIEP 원장은 남북러 3각협력 구상은 한반도와 러시아 극동·시베리아 및 유라시아 지역과의 통합성 및 연결성을 강화하자는 것으로 가스, 철도, 전력 등 장기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이 부분에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러시아의 천연자원과 에너지, 남한의 자본과 기술, 북한의 노동력과 지리적 입지 등 장점과 경쟁력을 전략적으로 결합해 동북아에 새로운 성장 엔진을 구축하는 데 핵심 목표를 두고 있다”며 “남북러 3각협력 공간과 개념 정의, 공동 협력 프로젝트 발굴을 새로운 방식으로 시도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접근법을 3가지도 제시했는데, 남북러 3각협력 공간적 범위에 대한 유연한 확장이 필요하다는 부분을 첫 번째 과제로 꼽았다.
남북러 협력사업을 단순히 한반도 접경 지역이나 북한 영토를 통과하는 것으로만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특정 지역과 국가(북한의 나선 특구, 한국의 개성공단, 러시아 극동 지역의 선도개발구역과 블라디보스토크 자유항 등)에 남북러가 공동으로 투자 및 협력하는 방식, 제3국이나 국제 협력 프로젝트 등에 남북러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도 3각 협력 사업에 포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분석이다.
두 번째는 남북러 인프라 또는 개발협력 프로젝트 진행뿐 아니라, 3각협력 사업에 대한 제도적 토대 확립을 병행해야 한다. 남북러 3각협력을 위한 공동조사 또는 연구, 사업 발굴과 정책 조율을 위한 3자 협력기구 창설, 남북한 및 러시아 3국 간의 포괄적 경제협력 협정(CEPA 등) 체결 등 제도적 측면의 소프트 인프라 구축도 남북러 협력사업의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한반도 지역의 가장 중요한 현안인 북한 비핵화 과정과 남북러 협력 간 전략적 연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북한 핵무기 해체 과정에서 초기단계에는 남북미와 중국 중심의 논의가 진행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것이 실행단계에 돌입하게 된다면 과거의 경험(특히 구소련 국가들의 핵무기 해체 사례)에 비추어볼 때, 러시아 관여 가능성이 존재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북한 핵무기 해체와 연동된 대북 지원은 러시아와 미국의 합의를 전제로 해야 한다. 이럴 경우 러시아의 직접적인 개입은 북한에 대한 물류 연결 및 에너지 지원 등의 방식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러한 점에 착안한다면 남북러 3각협력은 북한 핵 폐기를 진전시키는 유용한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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