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의 임란 칸 신임 정부가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요청하기로 했다. 이번주부터 논의를 시작한다는 방침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주요 외신의 보도에 따르면 아사드 우마르 파키스탄 재정장관은 8일(현지시간) 이 같은 내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파키스탄의 외환보유고가 작년 말 139억달러(15조8000억원)에서 올해 9월 말에는 84억달러까지 쪼그라들면서 경제적 충격에 대처하기 어려워진 탓이다.
파키스탄 경제는 높은 성장률을 구가하고 있으나 수입이 수출보다 많아서 외화 부채를 상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설상가상 유가 상승, 달러 강세는 파키스탄 경제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우마르 장관은 “재정 적자가 작년 목표 대비 2.5%나 초과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신임 정부가 들어서게 됐다”면서 “월간 경상수지 적자는 20억 달러를 넘는다. 이 상태를 지속하기 어렵다”면서 구제금융 요청의 배경을 설명했다.
관측통들은 파키스탄이 임박한 부채를 상환하고 수입을 감당하기 위해서는 약 12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마지막으로 2013년에 받은 액수인 53억 달러의 두 배에 달한다. 지금까지 파키스탄은 IMF로부터 12번의 구제금융을 받았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파키스탄의 IMF 구제금융 요청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미중 관계를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올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 7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파키스탄이 중국의 일대일로 사업 때문에 불어난 빚을 갚는 데 IMF에 손을 벌리는 일을 보고 싶지 않다고 경고한 바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중국이 일대일로 사업에 참여하는 국가들에게 감당할 수도 없는 막대한 돈을 투자함으로써 ‘빚으로 덫을 놓는 외교(debt-trap diplomacy)’를 펼치고 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일부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는 일대일로의 사업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지는 양상이다. 지난 8월 말레이시아는 부채 우려를 근거로 중국의 투자를 받아 설립하기로 했던 동부해안철도(ECRL) 사업을 취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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