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자금 세탁 연루 등 북한의 경제 활동에 기여한 혐의로 싱가포르 기업과 개인에 대해 독자적인 제재 결정을 내렸다. 비핵화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직접적인 대북제재 외에도 북한을 돕는 제3국에까지 제재 범위를 넓힘으로써 북한을 압박하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25일(이하 현지시간) 싱가포르 기업 2곳(무역회사 위티옹 유한회사·해상연료회사 WT 마린 유한회사)과 위티옹 유한회사의 책임자 등을 맡고 있는 싱가포르인 탄위벵을 제재하기로 결정했다. 자금 세탁 등 북한의 불법 경제 활동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된 혐의를 적용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제재는 북한과의 무기·사치품 불법 거래 혐의로 터키 기업 1곳과 터키인 2명, 북한 외교관 1명에 대해 독자제재를 단행한 이후 21일 만에 내려진 조치다.
미 재무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결의안을 이행하려는 미국 정부의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북한의 불법 금융 활용 실태를 제시하려는 시도라고 전했다. 앞서 유엔 안보리는 "모든 회원국은 북한 선박과의 선박 대 선박 환적, 북한과의 물품 거래를 돕는 행위를 금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그러나 사실상 북한을 돕는 제3국을 제재함으로써 북한에 흘러가는 자금줄을 차단, 비핵화를 조속히 촉구하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에 무게가 실린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탄위벵과 공모자들이 북한 대신 고의적으로 자금을 세탁한 정황에 대해 전 세계 정부와 금융기관 등이 경계할 필요가 있다"며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의 비핵화(FFVD)가 이뤄질 때까지 (재무부는) 제재 이행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 당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 리스트 제출에 대해 거부하고 경제 제재 해제 등을 요구하는 등 북·미 간 상호 요구 사항이 엇갈리는 가운데 경제제재의 범위를 확대하는 카드를 통해 비핵화 논의에서 유리한 유지를 선점하기 위한 카드를 꺼냈다는 것이다.
한편 연내 개최될 것으로 점쳐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제2차 정상회담이 내년 초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제2차 정상회담이 세기의 핵담판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가운데 이번 추가 제재에 대한 북한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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