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지원 2년] 유창근 사장 경영실책...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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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태웅 기자
입력 2018-11-20 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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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용선료는 최대 3배 지급...시황 예측 잘못해 운임 올라도 '깡통'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 [사진 제공= 현대상선]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영업손실이 확대된 이유로 운임 하락과 고유가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같은 기간 머스크 등 글로벌 선사들은 성수기 효과 등에 힘입어 호실적을 올렸다.

그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현대상선이 시장 전망을 잘못한 탓에 용선료(배를 빌린 대가로 지불하는 돈) 계약을 높게 체결한 데다, 전략적으로 키운 유럽 노선이 쪽박을 차는 등 '경영 실패'가 요인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14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현대상선
19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해 3분기 123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2015년 2분기부터 14분기 연속 적자다.

앞서 현대상선은 지난 1분기와 2분기에도 각각 1701억원, 1998억원의 적자를 냈다.

애초 현대상선은 이번 분기에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자신했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지난해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8년 3분기에는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최근 슬그머니 말을 바꿨다. 유 사장은 지난 8월 말 "유가 상승과 미·중 간 무역전쟁에 따른 물동량 감소 영향으로 실적 회복이 쉽지 않다"면서 "지금의 유가, 운임 추이라면 2020년 2분기에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3분기 실적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든 뒤에야 '실적 후퇴'를 언급한 것이다.

반면 글로벌 경쟁사들은 계절적인 성수기에 힘입어 영업이익 흑자를 시현했다. 가장 먼저 3분기 실적을 발표한 독일 하파크로이트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2억52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6%나 급증했다.

◆고유가·저운임 탓? 실제론 전략 실패가 원인
현대상선은 운임 하락을 3분기 실적 악화의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매출 및 물동량 증가, 비용절감 노력에도 불구하고 유가상승, 지역별 운임회복 지연 등이 영업손실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실제 올해 미주 서안 노선만 봐도, 운임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기준점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이달 9일 기준 컨테이너 1개(FEU)당 2575달러까지 치솟았다. 특히 지난 2일에는 2606달러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 1266달러였던 것을 감안하면 반기도 채 안돼 두 배 이상 오른 것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심화되면서 먼저 물동량을 처리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데다, 이를 싣고 날라야 할 선사들의 컨테이너선들은 한정돼 있어 운임 상승 효과가 배가 됐다.

반면 현대상선은 올들어 북유럽 노선에 집중했다. 연초 북유럽 노선에 신규 취항하고 파나막스급 선박 10척을 투입했다.

업계 고위 임원은 "현대상선이 북유럽 노선에서 큰 폭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오히려 자산을 미주 서안 노선에 더욱 집중했다면 실적을 극대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영 실책은 이뿐만이 아니다.

현대상선은 5000TEU급 기준 선박 장기 용선료로 하루 약 3만 달러씩을 지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현재 용선료의 시세는 약 1만 달러 수준이다. 세 배나 비싼 값을 지불하고 있는 셈이다. 높은 용선료는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수익 구조를 악화시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장기 용선료 계약은 변동성이 큰 만큼 리스크(위험)도 크다"면서 "경영 전략을 잘못 수립한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유가, 운임지수 하락 등은 틀에 박힌 핑계에 불과하다"면서 "업황에 대한 전망은 잘못한 채 물동량 확보에만 매몰돼 운임 관리에 소홀한 것이 부메랑이 된 꼴"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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