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3위 부동산개발업체 헝다(恒大)그룹이 한 달 만에 또다시 고금리 달러표시 회사채를 발행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인상 행보로 달러 절상 압력이 큰 상황에서 '달러빚'을 낸 셈이다. 자금 사정이 그만큼 여의치 않다는 방증이다. 중국 경제 성장세를 떠받쳐온 부동산시장의 돈줄이 말랐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중국 증권일보는 21일 헝다그룹이 지난달에 이어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 규모, 두 자릿수 고금리 달러채를 발행했다고 보도했다. 만기가 2020년 6월인 단기채로 금리가 11%에 이른다. 이번 자금 수혈도 역내 단기 채무 상환을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
헝다는 지난달 31일에도 2020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 5억6500만 달러어치를 똑같은 금리로 발행했다. 동시에 발행한 2022년 만기채 6억4500만 달러어치와 2023년 만기채 5억9000만 달러어치의 금리는 각각 13%, 13.75%에 달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간판 가운데 하나인 헝다가 잇따라 고금리의 달러채를 발행한 것은 단기 채무 상환 압력이 상당하고, 국내 자금조달이 여의치 않은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증권일보는 분석했다. 돈줄이 마르면서 디폴트(채무불이행) 리스크(위험)가 커지고 있다는 게 매체의 지적이다.
최근 몇 년간 중국 당국은 부동산시장의 투기 거품을 해소하고, 레버리지(채무)를 축소하고자 대출 문턱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했다. 이에 따라 1, 2선 대도시의 집값 급등세와 광범위하게 확산되던 개발 열기가 다소 가라앉았다.
문제는 경기하방 압력이 거세지고, 규제 압력이 중소도시까지 번지면서 개발업계의 자금 부담이 커졌다는 점이다. 이에 더해 중국 당국은 부동산시장의 음성적인 자금줄 역할을 해온 그림자금융(비제도권 금융)에 대해서도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부동산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을 촉발하는 '시한폭탄'이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진 이유다.
증권일보는 채권 발행 비용(금리) 및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된 게 비단 헝다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홍콩도 금리인상 기조를 취하면서 본토 부동산 업체의 해외 채권 발행금리가 계속 상승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금융정보업체 딜로직에 따르면 내년에 만기가 돌아오는 중국 부동산개발업계의 위안화 채무 총액은 3850억 위안(약 62조8000억원)에 이른다. 해외 달러 채무도 145억 달러나 된다.
향후 중국 부동산시장 전망도 부정적이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국제금융공사(중금공사) 관계자 발언을 인용, 내년 중국 신규 주택 판매 면적과 판매액이 올해 대비 10% 감소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주택시장이 5년 만에 처음으로 내리막에 처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내년 중국의 주택 가격이 최대 5%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증시는 물론 부동산 등 자산시장 곳곳에서 유동성을 둘러싼 '경고음'이 나오자 중국 당국은 시중은행에 중소·민영기업 대출을 늘릴 것을 지시하는 등 지원책을 쏟아내고 있다. 맞춤형 지급준비율 인하에 나서는 등 과거에 비해 통화정책 기조가 다소 완화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과감하게 돈을 풀지는 못하는 모습이다. 기준금리 인하 등을 통한 직접적이고 일방적인 유동성 공급이 위안화 가치를 떨어뜨려 안 그래도 하방압력을 받고 있는 위안화 절하를 부추기고 시장 과열을 촉발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중국 당국은 특히 위안화 약세가 외자 유출의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하고 있다. 아울러 위안화 가치 하락에 따른 물가상승은 소비위축을 부추겨 경기둔화를 가속화할 수 있다. 채무상환 부담이 가중되는 데 따른 리스크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중국 통화 당국은 22일까지 최근 20거래일 연속 역환매조건부채권(역RP) 발행을 중단하는 등 유동성 조절에 다시 신중해진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현재 유동성이 합리적 수준에서 충분하다고 본다"고 밝힌 것도 위안화 절하를 방어하기 위한 립서비스라고 본다. 시장에서는 중국 통화 당국이 속도를 조절한 후 다음달에 다시 지준율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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