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 취임한지 100여일 동안 그룹에 많은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26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14일 정몽구 회장을 보좌해 그룹 경영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에 오른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 23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정 수석부회장은 이 기간 동안 현대차의 쇄신인사를 이끌어내고 시장에서 제기된 다양한 우려를 해소하는 등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또 미래경쟁력 강화와 신성장동력을 확보하라는 사명을 성공적으로 이행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직원 쇄신 인사, 조직문화도 바뀐다
시작은 10월 29일 단행한 미래경쟁력 부문 임원인사였다. 이어 11월 30일에는 해외사업본부의 임원 인사를 단행하며 글로벌 권역본부의 정비를 마무리지었다. 12월 들어서는 대규모 사장단 인사와 정기임원인사를 통해 조직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양웅철 부회장과 권문식 부회장이 회사를 떠나고 김용환 부회장과 우유철 부회장이 계열사 이동을 한 것 등이 ‘대대적 변화’의 상징이다. 60대 중심이었던 사장단은 50대 중심으로 대폭 변화했다. 현대차그룹은 일주일 후 이어진 임원인사에서도 5년 만에 승진자를 늘리는 등 인적쇄신에 집중했다.
현대차그룹의 대규모 인적 쇄신은 그룹의 기업문화에 즉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특히 최근 투입된 외국인 임원들의 영향력이 커지며 ‘메기 효과’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차그룹 한 관계자는 R&D부문 수장에 오른 알버트 비어만 사장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스스럼없이 드러내고 오로지 목표에만 집중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라며 “이같은 근무태도가 확산된다면 분명히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날 것이란 기대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이전에는 임원들은 구내식당에 잘 오지 않았는데 외국인 임원들은 점심시간에 구내식당에 자주 나타나 직원들과 대화를 나누며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젊은 임원들이 이를 벤치마킹하고 있어 소통이 활발해지고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 시장 우려 극복해낸 정의선호, 신성장동력 마련도 인상적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이후 성공적으로 현대차그룹의 현안에 대응하는 한편 신성장동력에도 나서고 있다.
가장 주목 받은 것은 판매가 저조한 미국시장에서의 움직임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9월 16일 미국으로 떠나 미 행정부 인사들과 잇달아 만나 수입차 관세 부과 문제에 대한 협의를 진행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이전 미국을 방문해 제네시스 브랜드 판매망 확충을 준비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LA오토쇼에서 한국 기자들을 만난 정 수석부회장은 “지난해까지는 미국에서 제네시스 딜러 허가를 받은 주(州)가 30개를 밑돌았지만, 이제 50개주 전역에서 허가를 받았다"며 "내년에는 적극적인 마케팅·영업 활동을 통해 판매가 늘 것"이라고 자신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스마트모빌리티를 위한 비전을 현실화 하는데도 인상 깊은 모습을 보였다. 동남아시아 최대 카헤일링 기업 그랩에 추가투자를 결정하고 구체적인 시장공략 방침을 세우는 등 오픈이노베이션 전략을 더욱 강화했고, ‘FCEV 비전 2030’을 확정하는 등 수소차 분야에서도 구체적인 전략을 세웠다. 6대 인공지능(AI)과제를 수행할 ‘AIR lab’을 신설한 것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에 대한 평가는 주식시장이 대변해주고 있다. 미국내 세타2엔진 리콜가능성에 대한 우려에 판매부진 등으로 현대차 주가는 지난 11월 10만원 아래로 떨어졌지만 12월 들어선 12만원 선까지 회복됐다. 현대차 뿐 아니라 기아차와 현대모비스 등 주력계열사도 마찬가지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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