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 없는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 외교력이 중대한 갈림길에 섰다. 올해 3·1 독립운동과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은 한국 외교는 '비핵화의 원년으로 가느냐, 과거로의 회귀냐'의 양자택일 앞에 놓였다. 문재인 대통령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가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갈 길은 멀다. 한반도 비핵화를 둘러싼 각국의 지정학적 경쟁은 치열하다. 미·중의 '전략적 경쟁'은 통상 분야까지 관통하고 있다. 신흥국 금융 불안은 전 세계 성장률의 하방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강대국 사이에 끼인 '샌드위치 위기론'이 불거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관련 기사 3면>
6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과거 한국 외교의 문제점은 △지도자에 의존하는 시스템 부재 △정책목표를 제어하는 정책수단 △주관주의에 포획된 정책 △대북과 안보 정책의 혼선 등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김대중 전 대통령의 리더십에 의존한 한국 외교는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청와대 외교·안보 라인에서 적잖은 문제점을 노출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의 '대북송금 특검'과 보수정권의 '대북 압박책'은 정책수단이 정책목표를 억누른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보수정권의 '비핵개방 3000'과 '통일대박론'은 애초부터 실현 가능성이 작았던 지도자의 주관을 과도하게 투사한 정책 사례다. 북핵 억제에 매몰돼 민간교류 협력 등 다른 대북정책을 실기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구체제 외교와 단절해야만, 기해년(己亥年) 한국 외교의 관전 포인트인 △북·미 비핵화 협상 '시기' △문 대통령의 '비핵화 해결사' 역할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후속 카드' △미·중 무역분쟁 '외부변수 강도' △동북아 경제협력 확대 여부 등에서 실질적 성과를 달성할 수 있다.
이 중 핵심은 '시기'다. 한·미 양국은 2020년 각각 총선, 대선을 치른다. 올해 하반기에 접어들면 한국은 총선, 미국은 대선 체제로 전환한다. 기해년 상반기가 비핵화 협상의 '골든타임'이라는 얘기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외교전략실장은 북·미 정상회담 시기에 대해 "고위급 회담을 먼저 열어야 하는 만큼, 1월보다는 2월이 유력하다"고 밝혔다.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변수의 확전 여부도 한반도를 관통할 전망이다. 왕판 중국외교학원 원장은 "미·중이 양국의 이익을 위해 공존하더라도, '뉴노멀(New Normal, 경제의 변화 흐름에 따른 새로운 기준) 시대는 필연적으로 올 것"이라고 전했다.
미·소 냉전에서는 볼 수 없었던 갈등과 협력을 반복하는 변동성 큰 경제 흐름이 도래할 것이란 의미다. 이에 따라 한·중과 신북방·신남방 및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등 한국의 통상 외교도 다자 무대 링에 오를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