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분기(7~9월)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세계 최저 수준인 0.95명을 기록했다. 인구절벽의 시작, 출산율 0명의 시대라며 부정적인 전망이 여기저기서 터져나왔다. 출산율의 하락과 더불어 경제 성장도 2%대로 주저앉았다.
주식시장도 다른 글로벌 시장 대비 하락폭이 컸다. 지난해 코스피 지수는 15% 하락했다. 이는 베트남(-9%), 태국(-9%), 인도네시아(-2%), 말레이시아(-5%)보다 큰 하락폭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시장은 6% 상승하는 저력을 보이기도 했다. 경제 위기일수록 신흥국이 어렵다고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한국만큼 상황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경제 전문가들은 신흥국 투자를 추천한다. 성장이 점차 둔화하는 국내 시장에서 어렵게 투자 분야(종목)를 정하는 것보다 신흥국 시장 주가지수(인덱스)에 투자하는 것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다. 신흥국은 미래 소비력을 가늠하는 출산율도 견조하다. 출산율이 높을수록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인구가 많다는 뜻이다.
2016년 세계은행 출산율 통계에 따르면 인도 2.3명, 인도네시아 2.1명, 베트남 2.0명, 말레이시아 2.0명, 필리핀 2.9명, 태국 1.5명 등 대부분의 신흥국 출산율은 2명 이상으로 안정적이다.
일반적으로 출산율은 인구 재생산 수준(2.1명)을 기준점으로 잡는다. 이는 현재 사회의 인구를 앞으로도 유지할 수 있는 출산율이다. 이를 밑돌면 인구가 향후 줄어들게 되고, 이를 웃돌면 인구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높은 출산율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출산율이 3명을 넘어서면 후진국일 가능성이 크다. 여성의 사회 참여 비율이 낮고, 유아사망률이 높기 때문에 다산하는 경향이 강하다. 반면, 선진국은 여성의 사회 참여비율이 높고, 의료·복지 수준이 높기 때문에 출산율이 상대적으로 낮다. 후진국으로 분류되는 케냐, 짐바브웨 등 아프리카 국가의 출산율이 4명을 훌쩍 넘어서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경제 전문가들은 출산율 3명 이상을 기록하는 국가에 대한 투자는 신중하라고 권한다. 이코노미스트 홍춘욱은 저서 '돈 좀 굴려봅시다'에서 출산율이 높으면 생산성이 떨어지고, 정부재정이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출산율 2명 정도의 신흥국이 투자에 가장 적합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 국가는 젊은 경제활동인구를 앞세워 안정적인 경제 성장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베트남과 인도는 7%대,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는 5%대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포스트 차이나'로 부상 중인 베트남을 보면 생산가능인구(15~64세)가 피부양 인구의 2배를 넘는 '황금 인구 구조'를 보인다. 베트남은 2006년 황금 인구 구조에 진입한 이후 매년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국내 최장수 유아동 브랜드 아가방앤컴퍼니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다섯 번째 매장을 열었다. 출산율 저하가 가져온 숙명적인 결과다. 이제 주식도 각국의 출산율을 고려하며 투자해야 하는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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